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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나무의 미술광장
고향 - 서울시립미술관 본문
현재 서울시립미술관 2층과 3층에서 진행되고 있는 ≪고향≫전을 보고 왔다.
전시명: 고향
장소: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시청역)
전시기간: 2019. 11. 27- 2020. 3. 8.(매주 월요일, 1월 1일 휴관)
관람료: 무료
11월 말에 서울시립미술관을 찾았는데, 단풍이 참 아름다웠다.
1층에서는 ≪강박²≫전이 열리고 있고 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전시는 2층과 3층에서 진행되고 있는 ≪고향≫전이다.
≪고향 ≫전은 비서구권 미술 전시 세 번째 시리즈로 중동지역의 현대미술을 살펴보는 전시이다. 2015년에는 아프리카, 2017년엔 라틴의 현대미술을 전시하였었다.
이번 전시는 서울에서는 여전히 낯설게 여겨지는 지리적 의미에서의 중동과 아랍이라는 이름의 문화권에 속하는 미술에 대해 생각해보고, 추상적으로만 인식되어버린 중동과 아랍의 세계가 가진 특정성을 다시 주목하여, 존재하기도 전에 잃어버린 장소감을 복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 서울시립미술관
1부: 기억의 구조
고향을 빼앗기고 빼앗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영토 분쟁을 둘러싼 사진 기록과 사적인 기억의 지도, 드로잉, 그리고 우리가 보는 아랍과 믿는 아랍의 간극 등을 다룬다.
이슬람 프로파간다가 지속적으로 아프가니스탄 교육을 지배해 온 미움, 증오, 죽음의 문화 커리큘럼을 파헤치는 하딤 알리의 작업 <이단자를 위한 'ㅇ', 지하드를 위한 'ㅈ'>(2019)
아래는 하젬 하브의 <땅의 지도>(2019) 시리즈로 예루살렘의 옛날 사진, 나무 둥치의 단면, 기하학적 도형 등을 콜라주로 조합하여 기억지도를 제시하고 있다. 다양한 시각적인 자료를 시선을 바꾸어 새롭게 배치하는 과정을 통해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출신의 작가가 겪었던 트라우마, 억압과 재앙 등 아픔의 역사를 해방적인 구조로 바꾸는 작업이다.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된 박민하 작가의 신작 <이중거울논고>(2019)이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바그다드의 모습을 갖춘 미군이 지은 모의 전투장 '메디나 와슬'과 실제 바그다드에서 일어나는 온갖 현실이 교차 편집됨으로써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지를 구분할 수 없도록 하여 '실재를 보기'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아델 아비딘의 <인생은 짧으니 일이나 치자>(2014)는 작가가 자신의 아내를 간통죄로 거짓 고소하여 벌어진 재판 관련 법정에서의 대화와 문서를 재구성한 작품이다. 법정에서 드러나는 여성에 대한 차별적 형법에 질문을 던지고, 재판 기록을 드로잉, 사운드, 비디오로 재구성하여 사적인 사건을 정치적인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도록 제시하였다.
아흘람 시블리의 32점의 사진 시리즈, <점거>(2016-17)이다.
이 연작들은 이스라엘 식민정권과 시온주의 정착민이 차지만 알칼릴(헤브론)과 정착촌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삶을 휩쓴 파괴상을 토대로 하고 있다.
정착민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올드 타운의 제한된 공간에서 서로 얽힌 채, 물리적인 경계 짓기와 악의적 규제로 특징지어지는 환경에 갇혀 불균형적인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여러 방식을 추적한다.
2부: 감각으로서의 우리
우리에 대한 동경과 왜곡이 교차되는 역사적 서사를 뒤집어 우리에게서 멀어진 기억이나 상상의 풍경을 꺼내어 준다.
아메르 쇼말리의 <깨진 결혼식>(2018).
작가는 2017년 한 번도 입지 않은 팔레스타인 예복이 옥션에서 팔리는 것을 보고 왜 이 예복이 한 번도 입지 않은 새 옷인지를 궁금해했고, 여러 가지 연쇄적인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되면서 이 작품을 제작했다.
정성 어린 손바느질과 자수로 완성되는 전통 결혼 예복에 사용되는 실타래를 나열하여 이와 얽힌 여러 사연들을 생각하게 한다.
압둘 헤이의 <신부의 옷장>(1991)과 <압둘 헤이 어머니의 집>(1990)이다.
이 작가는 미술학교에 가지 않고 홀로 미술적 언어를 터득해 작품을 만들어 온 팔레스타인 작가라고 한다. 톱밥과 풀을 이용해 부조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특징으로 팔레스타인에서 경험했던 폭력적 억압을 알리고 연대를 구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스마일 샤무트(1930-2006)의 <6월의 겨울>이다. 작가는 18살이 되던 해에 수십만 명의 팔레스타인이 자신의 고향에서 쫓겨나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이러한 경험은 작가 작품의 가장 중요하고 유일한 주제가 되었고, 언젠가 그리운 고향 땅으로 돌아가리라는 열망과 두려움, 괴로움, 희망과 꿈 등을 자신의 작업에 담아내었다.
술리만 만수르의 <깨어난 마을>(1988-1990)은 술리만의 대표적인 작품 중에 하나로, 복잡하고 대담한 접근을 통해 여성의 몸에 대한 이해를 보여준다. 술리만 만수르는 가장 인정받는 팔레스타인 예술가 중 하나라고 한다.
아랍은 대부분 사막기후이기 때문에 물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래서 이들은 집이나 가게 앞에 물독을 두거나 물을 가득 채워두어 찾아오는 사람에게 대접한다고 한다.
아랍 문화권에서는 술을 금하기 때문에 이를 대신할 음료로 커피를 마시는데, 작가 무니라 알 솔은 재활용 커피 컵으로 만든 샹들리에, 커피 가루로 칠한 벽, 사회적 문제를 꼬집는 제목의 네온을 설치하여 종교의 근본적인 의미보다는 종교의 이름을 걸고 이익 공동체로 돌변하는 사회적 문제와 '믿음'이라는 관념을 근거로 한 종교적인 편견을 이야기한다.
<아랍어로 된 갈증의 뉘앙스>(2019)는 레바논과 시리아의 여러 지역에서 모은 물을 담은 페트병을 '자연광'이 드는 창에 설치한 작품으로 이는 내전 기간 동안 전쟁으로 감염된 물을 소독하기 위해 시민들이 실제로 사용했던 방법을 재현한 것이다.병에 붙은 종이의 글은 심할 경우 죽음까지 이를 수 있는 '갈증'의 여러 단계를 사전적으로 서술한 것이라고 한다.
아래 영상 작품 <연합군에게 건배를>(2015)은 작가의 친척 어른들이 1차 세계대전, 나세르(1956-1970 이집트 대통령) 통치 시기와 1950-60년대 범아랍주의 시절 동안 레바논과 시리아에서 겪은 개인의 이야기들을 재구성한 작품이다.
아프가니스탄 하라자족 출시인 작가 하딤 알리의 <악의 꽃>은 페르시안-이슬람 전통에 스며있는 영웅주의에서 비롯된 광기와 이로 인한 대량 살상 문화를 고발하는 작품이다. 전통적인 염색 천과 자수로 여러 상징을 묘사하고 있다.
최원준 작가의 <얼굴의 역사>(2019)
팔레스타인 무속신앙이 미신에서 차용한 요소들을 활용한 퍼포먼스 영상 <오 고래여, 우리의 달을 삼키지 마오!>이다. 작가 주마나 에밀 아부드는 비전문배우-어린이들을 무대로 초대해 각각 신부, 어머니, 고향과 구울레(괴물)/수호자라는 역할을 주어 그리움 같은 감정적 요소들을 몸짓, 소리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연기하게 했다.
3부: 침묵의 서사
우리가 안다고 착각했던 중동과 아랍의 역사에서 탈락하거나 망각한 시간을 기입하여 새로운 기원을 보여준다.
2012년부터 무니라 알 솔이 수집해 온 이웃들의 '이야기'에 기반을 둔 자수 드로잉 작품으로, 이야기의 주인공인 이웃들은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과 그들의 가족들이다.
아델 아비딘의 <청소>(2018)는 정치적으로 불순물이라 여겨지는 '생각' 혹은 '피부색'을 지워내듯이, 거뭇거뭇한 먼지가 묻어있는 사람들을 일렬로 세워 두고 몸을 향해 물대포를 쏘아 씻기는 장면이 주를 이루는 비디오 작업이다.
물대포를 들고 일렬로 서 있는 사람들의 뒷모습과 반대편에서 물대포를 맞고 있는 사람들의 앞모습, 그리고 주변의 구경꾼들로 이루어진 화면 구성은 고야의 <1808년 5월 3일의 학살>에 레퍼런스를 두고 있다고 한다.
비디오와 함께 설치된 '옷'은 출연자들이 입었던 옷으로, 우리의 생각 혹은 편견에 의해 씻어낸 자국이 묻어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와엘 샤키의 <십자군 카바레> 3부작 중에서 첫 번째 작품인 <호러쇼 파일>이다. 작가는 아랍의 관점에서 바라본 십자군 정쟁의 서사를 마리오네트 인형과 전통적인 방식의 오페라를 차용하여 재현하였다.
1부에서는 1096년부터 3년간 벌어졌던 제1차 십자군 전쟁에서 기독교인이 예수살렘을 정복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십자군 카바레: 호러쇼 파일>과 함께 소개되는 나무 부조 작품은 십자군의 세력이 기울어가는 시대에 막대한 부와 세력을 보유하고 있던 성전기사단의 마지막 기사단장 자크 드 몰레가 예루살렘을 함락한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주마나 에밀 아부드의 <이야기와 조각들>(2013)은 14점의 드로잉, 1편의 비디오, 7점의 조각품으로 구성된 작업으로 팔레스타인의 고전 동화인 '손 없는 소녀'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각종 인물, 동물, 자연, 알 수 없는 상징 등에 대한 여러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남자와 여자, 삶과 죽음, 과거와 현재, 개인과 고향 사이의 관계를 질문하는 작업들이다.
4부: 고향
자신의 고향을 잃고 고향을 빼앗기고 고향이 없거나 고향을 모르는 사람들의 모습과 그러한 모습이 중첩되고 지속되는 역사적 흐름 속에서, '민족'이라는 환영적이고 관념적 존재는 무엇인가에 관한 질문.
김진주 작가의 <충동들>(2019) 외 3점의 작품들.
비디오 에세이와 동반된 여러 설치물로 구성된 김진주의 작업은 타지에서 찾은 새로운 고향에서 끊임없이 그리워하고 충돌하는 새로운 질서에 대한 갈망을 그린다.
모나 하툼의 작품들.
아흘람 시블리의 <이스턴 LGBT>(2004/06).
≪고향≫전은 2층과 3층, 두 층에서 전시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꽤 방대한 양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중동은 나에겐 정말 낯선 미지의 공간이기에 서울 한복판에서 그곳의 현대미술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외국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대해 왜곡되고 잘못된 시각을 가지고 있을 때 불쾌감을 느끼곤 했었는데, 나 또한 반대로 누군가에게 그런 시선을 보내지는 않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다.
1층에서 열리고 있는 ≪강박²≫전이 궁금하다면--->https://artsquare.tistory.com/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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