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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울 권리 '줄리의 그림자'- 크리스티앙 브뤼엘 글· 안 보즐렉 그림 본문

그림책

나다울 권리 '줄리의 그림자'- 크리스티앙 브뤼엘 글· 안 보즐렉 그림

그래나무 2020. 1. 15. 00:01

추천 연령: 8세~

작가 크리스티앙 브뤼엘이 쓰고 안 보즐렉이 그린 <줄리의 그림자>이다.

<줄리의 그림자> 표지

엄마는 우리의 주인공 줄리에게 말한다.

"다른 여자아이들처럼 굴 수는 없어?"

그러자 줄리는 대답한다.

"나는 다른 아이들과 달라요, 엄마. 나는 줄리라고요!"

줄리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지금 그 꼴로 어딜 가려고?"

······

"봐, 이렇게 예쁘잖니. 이제야 우리 딸 같네."

줄리의 행동에 대한 부모님의 지적과 비난은 언제나 똑같다.

왈가닥, 천방지축, 말괄량이, 선머슴 같은 녀석!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줄리는 자신의 그림자에 남자아이가 있음을 발견한다.

"엄마, 이것 좀 보세요! 내 그림자에 남자아이가 있어요."

"얘가 아직 잠에서 덜 깼나, 뭐가 있다고 그래, 그런 생각은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거니?"

줄리는 이 그림자를 떼어 내기 위해 갖은 애를 쓴다. 화도 내고, 짜증도 내고, 궤짝 안에 숨기도 하고. 그러나 그림자는 계속 줄리를 쫓아다닌다. 줄리는 결심한다. 어두컴컴한 땅속으로 묻어버리기로!

공원 구덩이 속에 있는 줄리를 발견한 한 남자아이가 다가온다. 남자아이는 울고 있다. 남자아이는 말한다.

"나는 속상한 일이 있으면 여기 와서 울어. 이곳에는 나를 놀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거든. 다들 내가 여자아이처럼 운대. 생긴 것도 여자아이 같고.

<줄리의 그림자>는 출간된 지 40년을 넘긴 책이다. 작가 크리스티앙 브뤼엘과 안 보즐렉은 1975년에 이 그림책을 발표했는데 프랑스 대학생들이 주도한 '68혁명' 직후라고 볼 수 있다. 당시에 '금지하는 것을 금지하라'라는 모토로 이 운동은 확대되었고,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출간된 <줄리의 그림자>는 그동안 다루어지지 않았던 성역할의 고정관념에 대해 이야기한다. 당시로는 파격적인 화두라고 볼 수 있다.

40년이 훌쩍 지난 지금 '68혁명'을 주도했던 이들은 이제 기성세대가 되었다. 어떤 부분에선 많은 변화가 있었고, 또 어떤 부분에서는 그닥 달라지지 않았음을 느낀다. 여자다움은 무엇이며, 남자다움은 무엇일까? 그럼 나다운 것은? '~답다'라는 의미는 고정된 것인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인가?

'~답다'라는 의미는 하나의 자리로 고이기 시작할 때 썩기 시작한다. 물론 변하지 않는 보편적 진실이라는 것은 항상 존재한다. 그러나 그 진실이 과연 진실인 것인가를 물을 수 있는 사실이, '그것이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라고 고민할 수 있는 환경이 너무나 당연한 시대가 되길 기대한다.  

"나에게는 나다울 권리가 있어. 그럴 권리가"

줄리는 걸어가며 되뇌었습니다.

제목: 줄리의 그림자

작가: 크리스티앙 브뤼엘 글· 안 보즐렉 그림

출판사: 이마주

발매일: 2019년 7월(197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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