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나무의 미술광장

비오는 날의 소풍- 가브리엘르 벵상 글,그림 본문

그림책

비오는 날의 소풍- 가브리엘르 벵상 글,그림

그래나무 2019. 6. 15. 12:20

권장 연령: 유아~

가브리엘르 벵상이 그리고 쓴 <비오는 날의 소풍>이다.

 

<비오는 날의 소풍> 표지

어른들은 아이에게 종종 하는 말들이 있다.

"과정이 중요하지"

"항상 좋은 날만 있는게 아니야. 힘든 상황도 오게 되어 있어. 그 상황에 무조건 화만 내거나 피해서는 안돼"

"그런 날도 있지. 왜 신경질을 내니? 상황이 그렇게 됐는데 그게 내 잘못이니?"

 

말은 참 쉽다. 아이들은 그저 어른들의 말로만으로는 성장하지 않는 것 같다. 어른들의 행동을 보면서, 어른들과 다양한 경험들을 함께 해 나가면서 배우고 성장한다. 바로 곰 아저씨 에르네스트와 생쥐 소녀 셀레스틴느와의 하루의 경험을 통해서 말이다. 곰 아저씨 에르네스트와 생쥐 소녀 셀레스틴느는 내일 소풍을 위해 먹을 것들과 필요한 물건들을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한다. 그런데 하나 재미있는 점은 책 뒤편 작품 설명에서도 짚어주고 있듯이 등장인물이 아빠와 딸이 아닌 곰 아저씨와 생쥐 소녀라는 점이다. 곰과 생쥐가 가족으로 한 집에 사는 설정은 우리의 고정관념을 뒤엎는다. 가족이란 꼭 생물학적인 관계로만 맺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아이를 돌보고 사랑하는 것은 부모에게만 주어지는 의무가 아니라 어른이라면 반드시 그 마음이 필요하다는 점을 작가는 인물 설정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비오는 날의 소풍> 일부

"아저씨,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할 거죠?" 

"신난다! 드디어 출발이야! 저녁에 보자, 시메옹! 아저씨, 저 준비 다됐어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다. 이런 상황 우린 누구나 한번씩은 다 겪어봤던 상황이다. 나도 학교 소풍 가는 날 아침 흥분된 마음으로 꼭 날씨를 확인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바깥이 어두침침하면서 비가 오면 정말이지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어찌나 몸이 아래로 아래로 꺼지는 기분이 들던지. 그 섭섭함과 실망감과 억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래서 어른이 된 지금도 이 장면을 보면 가슴 한구석이 찌르르 저려온다.

<비오는 날의 소풍> 일부


"어쩌지? 셀레스틴느야, 우리 소풍 못 갈 것 같다. 밖에 비가 와!"

"할 수 없잖니, 셀레스틴느! 그러지마··· 너무 속상해하지 마!"

 

말로 아무리 위로를 해봤자 생쥐 셀레스틴느의 귀에 들어올리 없다. 그러자 곰 아저씨는 좋은 생각이 났다며 새로운 제안을 한다.

 

<비오는 날의 소풍> 일부

"셀레스틴느야, 아저씨 말 좀 들어 봐, 아저씨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

"비 안 오는 셈 치고 소풍을 가면 어떨까?"

"와, 그렇게 해요, 아저씨, 우리 그렇게 해요!"

"밀짚모자도 써야 되죠, 그렇죠, 아저씨?"

"그렇고말고, 물론 써야지!"

 

빗속에서는 완벽한 소풍이 될 수 없다. 무리라는 것도 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점도 안다. 그러나 마음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 불편한 마음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누군가 진심으로 인정해 주었을 때 아이는 이 알 수 없는 마음에 대해 더 이상 불편해하지 않아도 된다. 비가 오는데 밀짚모자를 쓴단다. 아저씨는 말한다. 네가 옳다고.

길을 떠나자 이웃이 참견을 한다.

 

<비오는 날의 소풍> 일부

"아니! 에르네스트, 자네 지금 제 정신인가, 이런 날씨에 아이를 데리고 나서다니!"

"어이, 잘 가게, 친구, 비 좀 맞는다고 어떻게 되겠나!"

 

우리는 주변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변의 시선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이 사실 몇이나 될까? 그러나 내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는 함께 사는 가족이 제일 잘 안다. 감기에 걸리는 것을 피하는 게 좋을지, 빗속을 뚫고 소풍을 가는 게 더 좋을지는 남은 모른다. 두 어른의 대화 속에서 아이는 그 무엇도 두렵지 않을 안전함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다음 소풍에 똑같은 상황이 펼쳐졌을 때 아이는 스스로 마음을 추스르는 법도 알게 될 것이다. 이렇게 떠난 소풍은 어떻게 끝났을까? 아이와 꼭 직접 읽어보길 바란다. 화창한 좋은 날 계획대로 떠났다면 경험하지 못했을 일이 펼쳐진다. 계획대로 되는 일은 사실 드물다. 학업도, 일도, 여행도, 너무나 당연하게 될 거라 믿었던 완벽하게 준비된 일도 어그러질 때가 있다. 바로 그때 어린 시절 내가 어른과 그 과정을 잘 헤쳐나갔던 경험들이 쌓여 있다면 예기치 못한 상황들과 불합리한 일들을 지혜롭게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몇 마디 말로 아이의 마음을 단단하게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역시 쉽게 얻어지는 것은 없다.

제목: 비오는 날의 소풍

작가: 가브리엘르 벵상

출판: 시공주니어

발매: 1997년 12월

 

 

현재 시공주니어판은 절판되었고, 출판사 황금여우에서 발간되고 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