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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호크니 전- 서울시립미술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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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호크니 전- 서울시립미술관

그래나무 2019. 6. 19. 00:31

전시명: 데이비드 호크니

장소: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서울 중구 덕수궁길 61, 시청역 근처)

일시: 2019. 3. 22(금)~ 8. 4.(일) 매주 월요일은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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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호크니 전시가 열리고 있는 서울시립미술관 2층, 3층/ 2019년 6월 평일

 

데이비드 호크니 전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다고 했을 때 '옷! 꼭 가봐에 겠는걸!!' 했지만 워낙 붐비는 곳에 가는 것을 싫어하다 보니 6월이 되어서야 발걸음을 옮겼다. 

이런 화제성 높은 전시는 초반에 가면 줄 서서 볼게 뻔하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작품이 걸려 있어도 사람 많은 곳에 가면 우선 피곤이 몰려오는 나 같은 성격의 소유자는 제대로 감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6월 평일 어렵게 시간 내어 들른 서울시립미술관!! 날씨도 좋고 공기도 맑고 참 좋은 날이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1928년에 지어진 경성재판소 건물로 1995년, 대법원이 서초동으로 이전하기 전까지 대법원 청사로 사용되었던 곳이다. 법원 단지가 이전된 후 서울시가 인수하여 서울시립미술관으로 사용하기로 하고, 정면의 벽판만 보존하고 구조가 약화된 나머지 부분은 철거하여 개조공사를 하였다. 

서울시립미술관은 평소에도 좋아하는 곳이다. 도심 속에 있으나 서울시립미술관 쪽으로 들어오면 나무들도 많고 잠시 쉬어갈 공간들도 있어서 꼭 전시를 보러 오지 않아도 산책하거나 기분 전환 하기에 탁월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블록버스터 전시 외에 평소에 좋은 전시들이 지속적으로 열리기 때문인데 '국립', '시립'이라는 단어가 붙어 있는 미술관 박물관들은 무료이거나 저렴한 관람료로 볼 수 있는 전시가 제법 있다. 

개인적으로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렸던 2015년 윤석남 전시가 정말 좋았고 잊히지 않는다. 전시가 무료였던 기억이 있는데 가물가물하다. 물론 영국 테이트미술관과 공동 기획한 이번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와 같은 경우는 사람들도 많이 몰려서 복잡해지고 조금은 부담스러운 관람료(일반 15,000원) 내야 한다. 그러나 국내에서 보기 힘든 유명한 작가의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니 그만큼의 가치는 있다고 본다.

 

(좌) 1967년 데이비드 호크니 (우) 2014년 데이비드 호크니

이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가 중 한명으로 손꼽히는 데이비드 호크니는 1937년 영국 출신으로, 1960년대에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하면서 보통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수영장, 인물 초상화 시리즈를 제작하며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 된다. 그러나 긴 작업 기간 동안 한 자리에만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양식들을 실험해 보면서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탐구했다. 전시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점은 역시 인간은 환경이나 사회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 영국에서 작업한 작품과 L.A. 에서 작업한 작품이 다르고 관심도가 인물, 사물, 자연으로 옮아갈 때마다 그것들을 표현하고자 하는 방식도 조금씩 다르다는 점이다.

 

 

그리고 인물, 사물, 자연 등을 굉장히 '몰두'해서 봤으며 할 일을 파악했으면 바로 실행으로 옮겼다는 점이 작가가 지금까지도 작업을 이어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가 존경했던 피카소가 다양한 접근의 방식을 보여주었던 것처럼 호크니 역시 회화, 드로잉, 판화, 무대디자인, 사진, 아이패드 등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를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이라면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였다.

 

전시 브로셔

전시 구성은, 1960년대 작품부터 최근작까지의 순으로 진행되며 추상표현주의에 대한 반기->로스앤젤레스->자연주의를 향하여->푸른 기타-> 움직이는 초첨-> 추상-> 호크니가 본 세상이라는 카테고리로 나눠져 있다. 

전시장 내부에서는 사진 촬영이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어 전시장에 설치된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을 보여줄 순 없으나,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엽서, 사진과 같은 프린트 물이나 인터넷에서 보던 이미지의 느낌과는 굉장히 다르고 사진으로는 담을 수 없는 그림의 질감과 미묘한 색채의 차이,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작가의 감정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위의 브로셔에 나와있는 그의 대표작 <더 큰 첨벙>(1967)은 아크릴 물감으로 그렸는데 호크니는 캘리포니아의 날씨나 환경을 표현하기에 유화보다는 아크릴 물감이 더 적합하다고 여겼다. 이 작품 크기는 242.5X243.9cm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다. 이 작품 앞에서 한참이나 서 있었다. 역시 직접 봐야 그 느낌을 제대로 알 수 있다. 

 

전시 브로셔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회화 작품 뿐만 아니라 드로잉, 판화 작품도 볼만했고 전시장 중간중간에 틀어져 있는 데이비드 호크니에 대한 영상들은 그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2인 초상화 시리즈들이 가장 인상 깊었다. 전시와 관련된 프로그램도 진행되고 있었는데 아이패드로 사물을 그려보는 것으로 참여도가 꽤 높았다.

전시 프로그램

전시를 다 봤다면 시립미술관 곳곳에 비치된 의자에 앉아 쉬기도 하고 큰 창으로 들어오는 자연광도 느끼면서 생각들도 정리할 수 있다. 

미술관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

저 밑으로 아트샵에 보인다. 어떤 상품들이 나와 있으려나~ 기대하면서 내려가 보았다.

 

전시 관련 상품들이 디스플레이 되어 있는 곳
엽서, 포스터, 액자
수첩, 노트류

사고 싶은 것들은 많았으나, 역시 늘 그렇듯 만지작 만지작 고민만 하다가 엽서만 몇 장 사들고 나왔다.

에코백, 도록

아! 그리고 서울시립미술관 2층에는 자료실이 있다. 누구나 사용 가능하며 매주 화요일~토요일/10:00~18:00까지 이용 가능하다. 도서와 잡지 등 생각보다 자료들이 많고 자료검색, 복사, 인쇄도 할 수 있다.

그리고 이곳까지 왔다면 한국 채색화 분야에서 독자적인 화풍을 일궈온 천경자(1924~2015) 상설전과 가나아트 이호재 대표가 기증한 '시대유감' 전도 꼭 보고 가길 바란다.

역시 전시장 안쪽은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입구만 찍어 보았는데 밖에서는 잘 안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작품들이 꽤 많이 전시되어 있다. 

왼쪽으로 들어가면 천경자 컬렉션,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시대유감 전

시대유감 전시는 한국 리얼리즘 경향의 작품들로 대부분 1980년대 민중미술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국 근현대 미술사에서 한 번씩은 등장하는 작가들의 작품들이다. 천경자 작가 작품이나 시대유감 전시 작품들 다 한국 미술사에 귀중한 자료들이며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좋은 기회이니 꼭 감상하길!

포토존

이번 전시에서 실망스러웠던 점은 전시실 재입장이 불가했다는 점이다. 2층과 3층에 구성되어 있는 각 전시실마다 재입장이 불가하다는 것은 정말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고 작품들을 관람하면서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마음 한구석 찝찝함이 계속 남았다. 미술관을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이쪽 방에서 작품을 보다가 다시 저쪽 방으로 가서 한번 더 보고 싶은 마음을 버려야 한다는 것인데,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릴 것을 예상하여 원활한 진행을 고려해서 만든 지침이었다 하더라도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다. 

전시 브로셔, 입장권, 구입한 엽서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에 떠도는 이미지를 보는 것과 직접 작품을 대면하여 보는 것의 차이는 정말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여력이 된다면 가볼 것을 추천한다. 서울시립미술관에 온 김에 코 앞에 있는 덕수궁 미술관(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도 갈까 말까 살짝 고민했지만 나의 에너지는 여기까지다. 언제 걸어도 좋은 시립미술관 주변을 슬슬 걷다가 집으로.

 

마지막으로, 전시 영상에서 봤던 그의 인상적인 말.

 

L.A. 에서 열린 호크니 초상화전에서 사회자가 관객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보라고 하자

"삶을 사랑하세요"

 

또 다른 하나는

"할 일을 파악하고 실행하면 된다. 그럼 다음 단계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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