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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보 회고전: 지칠 줄 모르는 수행자(2019. 5. 18- 9. 1.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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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보 회고전: 지칠 줄 모르는 수행자(2019. 5. 18- 9. 1.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그래나무 2019. 6. 11. 17:29

전시명: 박서보: 지칠 줄 모르는 수행자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서울 종로구 삼청로 30, 3호선 안국역 1번 출구 또는 5호선 광화문역 2번 출구)

관람일시: 2019. 5. 18.- 9. 1./ 월화수목일 10:00~18:00 금토 10:00~21:00(18:00~21:00 야간개장 무료관람)

통합관람권: 4,000원

무료관람일: 매월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

 

 

박서보의 회고전이 열린다. 한국 근현대미술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었다면 박서보라는 이름을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한국 현대 추상 미술의 선구적인 역할을 한 박서보의 일생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전시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2019. 5. 18.- 9. 1. 까지 열린다. 박서보 화백의 초기작부터 2019년 제작된 신작까지 160여 점의 작품이 선보인다. 

국립현대미술관은 3호선 안국역 1번 출구나, 5호선 광화문역 2번 출구로 나와서 걸어오면 된다. 만24세 이하 또는 만 65세 이상은 무료이고 이 외에도 무료 대상 혹은 할인 대상에 대한 정보는 홈페이지를 확인해 보면 좋다. 통합관람권은 4,000원으로 부담 없는 가격이다. 

 

 

<후기 묘법 시기>

묘법, No. 020725, 2002, 캔버스에 한지, 혼합매체

 

 

이번 전시는 보통의 전시와는 다르게 역 연대기 순으로 구성되었다. 최신작을 시작으로 후기 묘법 시기-> 중기 묘법 시기-> 초기 묘법 시기-> 유전질 시기-> 원형질 시기 순이다. 이는 박서보의 전시가 열리는 1, 2 갤러리는 지상 1층에서 지하 1층으로 내려가는 구조로, 천정에 채광창에 있는 지상 1층에서 색채가 다양한 후기 묘법 시기 작품을 관람할 수 있도록 구성을 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작부터 초기작까지 본 다음의 느낌과 다시 거꾸로 올라오면서 연대기 순으로 감상하며 느꼈던 생각의 변화를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지난 4개월 동안 완성했다는 신작 2점

이번 전시에 공개된 박서보의 신작이다. 그는 이 작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수신(修身)과 치유를 동시에 잡은 그림들이다. 이 작품은 1000만 달러를 줘도 팔지 않겠다"

 

 

무채색이던 박서보의 작업에 오묘한 색감이 입혀진 것은 2000년 이후에 생긴 변화이다.

"예술의 그 시대의 산물인데 시대와 무관한 것은 옳지 않다"

"나는 내 그림을 보는 사람들이 작품을 통해 치유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작품에 색을 쓰기 시작했다"

 

 

모든 작품들이 그렇겠지만 특히 추상화 계열의 작품은 전시장에 직접 가서 그 작품을 대면해야만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 색과 질감이 주는 진동과 울림이 있는데 이것은 사진으로 열심히 담아보려고 해도 잘 표현되지 않는다. 

 

 

 

 

 

아이와 전시를 보러가면 마음에 드는 것 딱 하나 그려보게 한다

 

묘법, No. 071208, 2007, 캔버스에 한지, 혼합매체

 

 

 

 

 

 

 

 

묘법 시리즈는 '무엇을 그릴까' 가 아닌 '어떻게 그릴까'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된다. 그린다는 행위가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파고들어갔다. 박서보에게 그린다는 것은 수양하듯, 수신하듯, 정신을 맑게 하는 행위이다.

 

 

 

 

 

<중기 묘법 시기>

 

 

묘법, No. 920912, 1992, 캔버스에 한지, 혼합매체

 

 

 

 

중기 묘법 시기에는 한지의 물성을 극대화한 시기이다. 물감과 한지가 채 마르기 전에 손을 사용해서 문지르고 밀어내고 긁어내면서 온몸으로 행하는 고된 작업이다.

 

 

 

<초기 묘법 시기>

 

박서보의 '묘법' 시리즈가 시작된 초기의 작업들이다. 세 살짜리 아들의 서툰 글쓰기에 착안된 것으로, '묘법'이란 캔버스에 유백색의 밑 칠을 하고 채 마르기 전에 연필로 수없이 반복되는 선을 그어가는 그만의 기법이다. 선 자체보다는 선을 긋는 '행위'에 중심이 있다. 

 

 

 

묘법, No. 1-67, 1967, 캔버스에 연필과 유채

 

<유전질 시기>

1969년 달 착륙을 계기로 무중력에 관심을 갖고 무중력에 적합한 재료를 생각하다 스프레이 분사법을 이용하여 한 작업들.

 

 

한명은 위의 후기 묘법 시리즈를 좋아했고 이 아이는 유전질 시기의 작업을 좋아했다. 

 

<허의 공간> 그때 그 시절 무언가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불경스럽다 하여 딱 한번 전시되고 1970년 전시 이후 선보인 적 없었다는 이 작품은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설치되었다

 

 

 

<원형질 시기>

 

1957년 한국 최초의 앵포르멜 작품 <회화 No. 1>

회화, No. 1-57, 1957, 캔버스에 유채

 

 

 

 

신문에서 본 올해 만 88세의 박서보 작가의 인터뷰 기사의 첫줄은 이렇게 시작됐다.

 

"혹시라도 이번 전시 개막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을까 봐 가슴을 졸였습니다. 제발 개막만은 보고 떠나게 해달라고 맘으로 빌었죠."

 

한 예술가가 거의 전 생애에 걸쳐 이뤄낸 작업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작가에게도 관람자에게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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