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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요한슨 사진전 추천!

그래나무 2019. 8. 7. 16:19

체코 프라하에서 활동하는 스웨덴 출신의 초현실주의 사진작가

상상을 찍는 사진작가 에릭 요한슨 사진전: IMPOSSIBLE IS POSSIBLE

Full Moon Service, 2017
에릭 요한슨 작가/ 사진출처: 전시 홈페이지

"우리를 제한시키는 유일한 것은 우리의 상상력입니다." 멋진 말이다. 이 글을 보고 전시를 봐야겠다고 결심했다면 좀 웃긴가 싶은데 사실이다.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비타민스테이션)

기간: 2019. 6. 5~2019. 9. 15

관람시간: 11:00~20:00(입장마감시간 19시 20분)

휴관일: 매달 마지막 주 월요일

관람료: 성인 12,000원/ 청소년 10,000원/ 어린이 8,000원(기타 할인 및 무료 관련은 홈페이지 참고)

주차: 티켓 뒤 바코드 이용시 3시간 3,000원(7, 8월 주말 및 공휴일 3시간 4,500원)

도슨트: 평일 오후 2시, 5시(주말 및 공휴일에는 도슨트 진행 없음)

한가람미술관

'평일이니까 괜찮겠지.' 하면서 애들을 태우고 차를 끌고 갔는데 미술관에서 가까운 오페라 주차장이 만차이다. '헉! 사람 많겠군 많겠어~ 방학이라 그런가?' 다시 유턴에 유턴을 하여 한가람미술관과 멀리 떨어져 있는 음악당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올해 들어 가장 더운 날이라는 뉴스를 떠올리며 한가람 미술관까지 걸어갔다.

에릭 요한슨 사진전 포토존과 오른쪽 매표소
에릭 요한슨 사진전 패널 설명

"우리를 제한시키는 유일한 것은 우리의 상상력이다." 

 

전시 구성은 총 4개의 주제로 이루어져 있다. 네 개의 방을 다 지나가면 마지막으로 신작이 전시되어 있는 다섯 번째 공간을 만나게 된다.

 

Room. 1: 어릴 적 상상, 꿈꾸던 미래

1실 패널 설명
Leap of Faith, 2018, 180X135cm

전시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처음으로 든 생각은 '이럴 수가, 전시실 안이 너무 비좁다'였다.

아래 전시 전경은 정말 최대한 뒤로 가서 찍은 전시실 모습인데 그나마 사람 없을 때가 저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뒤로 한 발짝 물러서서 감상하는 건 거의 할 수 없다. 뒤로 물러설 공간이 없다.

웬만하면 북적이는 곳을 피하는 나로서는 좀 갑갑했지만 신기하게도 에릭 요한슨의 사진 작품들을 보다 보면 금방 몰입이 돼서 그 공간에 익숙해졌다. 물론 확 트인 공간에서 봤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말이다.

장소가 협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다 보고 나서 정말 만족스럽고 잊지 못할 작품들을 보았노라 말할 수 있다.

1실 전시 전경
Loyal Mail, 2017, 180x135cm
Fresh Frozen Fish, 2011

"카메라는 나의 도구이며, 컴퓨터는 나의 캔버스이다."

 

Set Them Free, 2012, 140x93cm

전시장의 사진 작품들을 감상하다 보면 작품 옆 제목이 쓰여 있는 캡션에서 약간 의아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영문 제목만 있고 번역된 한글 제목은 없다는 점이다.

Walk a Way, 2014, 76x51cm

한글 제목을 붙이지 않은 이유는 사람마다 해석하는 게 다르기 때문에 번역에 의해 의미가 한정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물론 영어를 읽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불친절하게 다가올 수도 있는데, 에릭 요한슨의 사진 작품을 보면서 느낀 것은 제목을 보지 않아도 자기 나름대로의 해석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이다. 일단 난해하지 않고 굳이 설명을 듣지 않아도 시각적으로 다 이해가 되며 더 나아가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충분히 주고 있다.  

 

Room. 2: 너만 몰랐던 비밀

전시 홈페이지에서 제작 과정을 볼 수 있었던 < Full Moon Service>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2실이다.

2실 패널 설명
Closing out, 2014, 180x135cm
2실 전시 전경

<Closing out>(2014) 작품 맞은편엔 작품과 같은 이미지로 별도의 공간을 설치해 놓아 안에 들어가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마련해 놓았다.

또한 작가가 작품을 만드는 과정도 살펴 볼 수 있도록 벽면에 과정을 기록한 사진 이미지들과 해당 작품의 제작 과정을 보여주는 영상 이미지들도 곳곳에 함께 전시되어 있어서 작품을 이해하는데 훨씬 도움이 되었다. 

작품 제작 설명 패널

어마어마한 포토샵 레이어 수를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작가도 중간에 저장하지 않아서 날린 작업들이 있었을까?'였다. 

작품 제작 과정 설명 패널
Full Moon Service, 2017, 180x135cm
Full Moon Service, 2017
Cumulus & Thunder, 2017, 180X135cm
The Cover-Up, 2013, 76x61cm
The Cover-Up
2실 전시 전경

<Falling Asleep>(2018) 작품과 바로 옆에 같이 설치되어 있는 영상 설치물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일부 작품들은 이렇게 옆에 작업 과정을 보여주는 영상물들이 있는데, 꼭 보길 바란다.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이 있다.

Falling Asleep, 2018, 140x105cm

 

Room. 3: 어젯밤 꿈

 

3실 패널 설명
Nightmare Perspective, 2010

"나에게 가장 큰 영감을 준 화가는 20세기 초현실주의 화가인 마그리트, 달리 그리고 에셔이다."

 

위 문장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한다. 마그리트, 달리, 에셔(특히 개인적으로 마그리트) 작품의 구체적인 장면이 떠오를 만큼 연관성이 느껴졌다. 인터넷에 초현실주의 화가 마그리트와 달리를 검색해 보면 어떤 느낌인지 동의할 것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어떻게 다시 풀어내느냐가 핵심이다. 

 

The Architect, 2015, 180x135cm
전시 전경
Arms Break, Vases Don't, 2008, 76x61cm

3실에는 작가의 스튜디오를 비슷하게 재현해 놓은 공간이 있다.

책상 앞에는 늘 아이디어 스케치가 붙여져 있고,

작업실에 오는 손님들을 항상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찍어 벽 한편에 둔다고 한다.

 

 

자신의 스튜디오(체코, 프라하)에 찾아와 준 고마운 사람들을 잊지 않기 위해서란다.

에릭 요한슨의 스튜디오를 재현해 놓은 공간
에릭 요한슨 스튜디오를 재현해 놓은 공간 속 폴라로이드 사진과 설명글
에릭 요한슨의 스튜디오를 재현해 놓은 공간 속 아이디어 스케치들

작가의 사진 작품에 등장하는 소품들도 한편에 전시되어 있다.

작가의 사진 작품에 등장하는 소품들
Under the Corner, 2017, 180x135cm

스튜디오를 재현한 공간 옆에는 에릭 요한슨의 <비하인드 씬>의 영상이 돌아간다.

작품을 보는 것만큼 재미있다.

 

 

이 영상은 소품 제작, 장소 섭외, 촬영, 포토샵 리터칭까지 확인할 수 있다. 이 모든 작업은 에릭 요한슨이 직접 편집해서 만들고 제작 기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모든 작품이 비하인드 씬으로 만들어져 있지 않다고 한다.

보통 미술관에서는 이러한 영상을 틀어줄 때 영상을 제대로 볼 수 있도록 의자들이 같이 설치되어 있는데, 이 전시 공간에서는 절대 무리다.

워낙 영상이 재밌다 보니 다리 아픈 줄 모르고 볼 수는 있다. 

비하인드 씬
비하인드 씬

 

Room. 4: 조작된 풍경

 

4실 패널 설명
Soundscapes, 2015, 180x135cm
4실 전시 전경

"이것은 사실상 순간을 담는것보다 아이디어를 캡처하는 것의 문제이다."

 

4실에 벽면에 적혀 있는 문구이다.

각 방마다 평소 에릭 요한슨의 생각들을 보여주는 문구들이 적혀 있는데, 문장 사이에 있는 글이 아니라서 더 눈에 잘 들어온다.

IMPACT, 2016
전시 전경

작가의 노트와 스케치.

작가의 노트
작가의 노트 스케치
작가의 노트 스케치
작가의 노트 스케치

 

Landfall, 2014, 100x75cm

 

Landfall(2014)의 작업 과정

아이들과 전시를 볼 때 마음에 드는 한 작품 골라 기록하게 한다. 그러면 머릿속에 전시에 대한 느낌이 훨씬 잘 남는다.

Expecting Winter, 2013, 140x93cm

마지막 방은 신작들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다.

 

신작 패널 설명

총 네 점이 전시되어 있는데 특별히 아래 차례로 보이는 두 점 <The Library>와 <Stellantis>는 이번 서울 전시 오픈과 동시에 공개된 작품이다.

보통은 전시를 열 때 한 작품만 선보이는데 이번에는 특별히 두 점을 공개하는 것으로, 작가에게는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The Library, 2019, 180x135cm

<Stellantis>(2019) 작품 바로 옆에는 같은 이미지를 재현해 놓아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해 놓았다. 

Stellantis, 2019, 180x144cm
Give Me Time, 2019, 76x55.3cm

작품을 다 보고 나오면 바로 에릭 요한슨 사진전 굿즈를 판매하는 아트샵이 있다. 우리 아이들은 필름 북마크와 노트 한 권을 구매했다. 

아트샵 굿즈 가격
아트샵 굿즈 필름 북마크/ 지금은 보기 힘든 옛 슬라이드 필름이 생각난다.
아트샵 굿즈 엽서
아트샵 굿즈 포스터, 파우치
아트샵 굿즈 엽서, 마그넷 세트

장소가 협소한 것이 아쉬운 점이었지만 내용 면에서는 알찬 전시였다.

도슨트 설명에서 작가의 사진기에 대한 이야기가 잠깐 나왔는데, 작가는 핫셀블라드 H6D 카메라로 작업을 한다고 한다. 카메라 바디의 가격만 해도 굉장히 비싼 가격이었다.

그래서 나의 사진으로는 담을 수 없는 작품의 디테일과 색감이 정말 최고였다. '사진 작품이니까 인터넷으로 보는 것과 비슷하지 않겠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절대 아니다. 실물을 보면 완전히 다르니 관심이 있다면 꼭 전시장에 가서 보도록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인정 받는 작가들의 전시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단지 '천재', '타고난 능력'이라는 수식어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늘 한다. 그들은 자기 생각을 실현시키기 위해 굉장히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 멈추지 않고 노력하는 사람들이었다. 에릭 요한슨의 작업 과정을 보면서도 느낀 것이지만 성실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작업들이었다.

 

피사체를 찍은 원본 그 자체를 중시하는 작가들도 있고 에릭 요한슨 작가처럼 상상력을 덧붙여 리터칭 하는 작가들도 있다. 중요한 것은 대중을 설득할 수 있는 작품이 살아남는 것 같다. 물론 너무 앞서가서 나중에서야 이름이 다시 거론되는 작가들도 있지만 말이다. 

 

아이들이 평소엔 도슨트 설명을 잘 안 듣는데 이번엔 열성적으로 따라다니며 들었다. 시간이 맞는다면 도슨트 설명을 듣는 것을 추천한다. 전시를 다 보고 주차장까지 걸어가는 길에 아이들이 "나라면 이런 장면도 만들어 볼 수 있을 것 같아."의 내용들로 한참 이야기를 나눈다. 집에 와서도 그것은 계속되었다. 이야깃거리를 제공하는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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