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나무의 미술광장

에이징 월드- 서울시립미술관 본문

가볼만한 곳

에이징 월드- 서울시립미술관

그래나무 2019. 9. 11. 00:01

전 세계가 직면한 고령화 문제를 다룬 전시 ≪에이징 월드≫가 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안네 올로프손, <내일도 여전히 날 사랑해 줄래요> 세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서울시립미술관 ≪에이징 월드≫


전시명: 에이징 월드 Will you still love me tomorrow?

장소: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시청역)

기간: 2019. 8. 27~ 10. 20/ 매주 월요일 휴관

시간: 10am~ 8pm(화~금)/ 10am~7pm(토,일,공휴일)

관람료: 무료


서울시립미술관 ≪에이징 월드≫

이번 전시 ≪에이징 월드≫는 미술, 디자인, 건축 분야의 국내외 작가 15명(팀)이 참여하여, 유독 외모와 젊음을 강요하는 현대사회의 시선과, 노화를 둘러싼 부정적인 인식, 불안함과 두려움 등이 개인과 집단에 미치는 영향력을 시각화하고 있다.

2층과 3층에서 진행되며, 총 3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에이징 월드≫


섹션 1: 불안한 욕망

 

자본주의, 소비사회 속에서 나이 듦에 저항하는 인간의 욕망이 삶에 어떤 영향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 강박적인 자기 관리를 통해 노화를 극복하려는 현대인들의 모습과 그 속에 내재된 불안과 두려움을 담고 있다. 나이 듦에 대한 표피적 접근을 경계하고 그에 대한 성찰을 시도하려는 섹션이다. 

 

다큐멘터리 사진가이자 영화 제작자인 로렌 그린필드(Lauren Greenfield)의 작업들이다.

로렌 그린필드, <신노년시대>, 2007

자신이 전형적인 노인과 다르다고 강조하고, 획일화된 미의 기준을 쫓는 현대인들의 욕망과 압박감을 동시에 드러내는 사진들이다. 신 노년시대(뉴 에이징)라는 이름하에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화가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지 보여준다.

로렌 그린필드 작업들
로렌 그린필드, <수잔 머피 2005>, 2005

조각과 영상을 중심으로 작업해 온 윤지영 작가의 작업이다.

윤지영, <불구하고>, 2018

작품 <불구하고>는 영원불멸을 꿈꾸었으나 단 하나의 치명적인 약점으로 인해 끝내 최후를 맞이하는 아킬레스, 지크프리트, 탈로스의 이야기를 보여줌으로써 불멸을 향한 강렬한 염원과 그 좌절을 보여준다.

윤지영, <불구하고>, 2018

아래 영상작업은 윤지영의 <오죽 -겠, -으면,>(2018)으로 안마 의자에 앉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설치했다.

늘 피로한 우리 현대인들에게 인기 만점이었는데, 나 또한 여기 앉아 안마를 받으면서 영상을 끝까지 감상하였다. 건강염려증에 걸린 한 청년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윤지영, <오죽 -겠, -으면,>, 2018/ 안마의자에 앉아 감상할 수 있다.
윤지영, <오죽 -겠, -으면,> 영상 일부

커먼 어카운츠(Common Accounts)의 <유동체가 되어: 아늑한 성전>(2019)이다.

커먼 어카운츠, <유동체가 되어: 아늑한 성전>, 2019

오늘날 성형과 뷰티 아고라로 부상한 뷰티 블로거의 침실을 형상화하여 강남 성형수술 문화의 근원과 여파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작업이다.

커먼 어카운츠, <유동체가 되어: 아늑한 성전>, 2019

어카운츠 작가의 작품을 보고 나오니 하얀 석고상처럼 보이는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이병호, <바니타스 흉상>, 2010

이병호의 <바니타스 흉상>(2010) 작품이다.

처음에는 석고상이라고 생각하고 작품 설명을 보는데 석고상이 아니고 재료가 실리콘이었다. 계속 변화하는 조각이라는 글을 보고, '변한다고?' 놀라 다시 보니 딱딱한 석고상이 아닌 실리콘 재질이었고 조각품이 진짜 변하고 있었다.

이병호, <바니타스 흉상>, 2010/ 얼굴의 모습이 젊은이에서 노인으로, 노인에서 젊은이로 계속 변한다.

형상 내부의 공기를 압축했다가 다시 팽창시키는 장치가 있어 조각상은 젊음의 모습에서 뼈대와 주름이 드러나는 노인의 모습으로 바뀐다. 그리고 다시 생기를 되찾는 젊음의 모습으로 돌아가면서 이 과정이 반복된다.

이병호, <깊은 숨>, 2011

나머지 두 작품들도 같은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병호, <깊은 숨>, 2011

세월이 흐르면서 천천히 느꼈던 신체의 물리적 변화를 짧은 시간 안에 압축적으로 보니 기분이 묘했다.

 

 

작가는 이 작품들을 통해 노화를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으로 생각하길 바라고 동시에 우리가 노화의 외형에만 집중하지는 않았는지 질문하고자 했다고 한다.

이병호, <앉아있는 형상>, 2019
이병호, <앉아있는 형상>, 2019

섹션 1 전시실의 작품들을 둘러보고 섹션 2, 3의 작품들을 보기 위해 3층으로 올라갔다.


섹션 2: 연령차별주의 신화

 

사회 곳곳에서 나이를 근거로 차별과 소외를 정당화시키는 연령차별주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공간이다. 연령차별주의가 만연한 사회와 이를 심화시키는 자본주의 체제, 노화에 대해 가지는 서로 다른 인식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문제를 살펴보는 섹션이다.

 

3층 좌측 전시실에 들어서면 안네 올로프손(Anneé Olofsson)의 작업들이 보인다.

안네 올로프손, <내일도 여전히 날 사랑해 줄래요>
안네 올로프손, <내일도 여전히 날 사랑해 줄래요>, 2004

이번 전시 ≪에이징 월드≫의 영문 제목이기도 한 안네 올로프손의 <내일도 여전히 날 사랑해 줄래요 Will you still love me tomorrow?>는 작가, 화상, 수집가 등 40대 전문직 여성들을 초상화 형식으로 촬영하였다. 

신체 노화를 의식하기 시작하는 40대 전문직 여성들의 얼굴에 오래된 회화의 표면에서 찾아볼 수 있는 균열을 그려 넣었는데, 이 균열은 피부의 노화와 그에 따르는 불안과 강박을 보여준다.

안네 올로프손, <내일도 여전히 날 사랑해 줄래요> 세부

아래는 박은태 작가의 <늙은 기계> 연작으로 버려진 기계 사진과 노인을 나란히 두어 한때 산업 발전의 주역이었으나 이제는 쇠약해진 소외된 노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회적 편견 어린 시선 속에 노인이 겪는 고독과 빈곤, 소외를 느낄 수 있다.

박은태, <늙은 기계> 연작
(왼) 아빠, 2016. (오) 가라뫼에서, 2016

삼프사 비르카예르비(Sampsa Virkajärvi>의 임종을 앞둔 아버지의 모습을 기록한 영상과, 치매를 겪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삼프사 비르카예르비, <당신과 함께>, 2011-2018/ <남아 있는 건 무엇일까요?>, 2015-2018
삼프사 비르카예르비, <남아 있는 건 무엇일까요?>, 2015-2018

작가는 어머니를 돌보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어려움과 참담함을 담담한 목소리로 묘사한다.

노화에서 비롯된 자기 상실(치매)의 과정 속에서 남은 삶의 의미란 무엇인가 묻게 한다.

삼프사 비르카예르비, <남아 있는 건 무엇일까요?>, 2015-2018
삼프사 비르카예르비, <남아 있는 건 무엇일까요?>, 2015-2018

안나 비트(Anna Witt)의 <돌봄>(2017)은 일본 마에바시에서 이루어진 퍼포먼스 영상이다.

인도네시아 출신 돌봄 노동자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돌봄 노동자와 그 보살핌을 받는 노인이 맺는 관계를 친밀한 몸짓 언어로 표현한다. 평가절하된 돌봄 노동의 가치를 새롭게 바라보기를 제안하는 동시에, 이를 수행하는 이주자의 사회적 소외에 주목한다.

안나 비트,  <돌봄>, 2017, 2017


섹션 3: 가까운 미래

 

나이 듦에 대한 사람들의 불안감과 기대 심리에서 나아가 일상 변화의 가능성에 대한 고민과 실험을 선보이는 공간이다. 예전보다 훨씬 늘어난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하여 생각해 볼 수 있는 섹션이다.

 

그래픽 디자이너와 부동산 연구자로 구성된 옵티컬 레이스(김형재, 박재현)의 <1주택, 1자녀>(2019) 작품은 각 가구가 보유한 주택 수만큼 자녀를 계획해야 한다는 주장을 통해 현재 자녀를 갖고 있거나 자녀를 가질 가능성이 있는 전국 기혼자 가구의 가족 구성과 재산 상황을 보여준다.

옵티컬 레이스, <1주택, 1자녀>, 2019

와이즈 건축의 <회재: 문이 없는 집>(2019)이다.

돌아올 회(回) 자처럼 여러 겹으로 이루어진 집이다. 벽도 문도 없이 공간이 연결되어 있는데 안에 들어가 직접 걸어보니 다른 공간으로 가기 위해서 빙 돌아 가도록 되어 있었다. 나이 든 주거인을 걷게 하여 운동에 대한 강박 없이도 자연스럽게 건강을 돌볼 수 있는 공간을 구상하였다고 한다. 동시에 사방으로 열려 있어 서로 다른 각도에서 다른 풍경을 접할 수 있다.

와이즈 건축, <회재: 문이 없는 집>, 2019

SMSM의 <경고>(2019).

다섯 점의 벽화와 퍼포먼스로 이루어진 작품 <경고>는 노인되기 연습이라는 위트 있는 제안을 던지는 동명의 시(제니 조지프 지음, 1992)와 온라인상에서 유행하는 '치매 예방 뇌 훈련 퀴즈'를 결합한 작품으로 노화와 건강에 대한 사람들의 불안과 기대를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여유가 된다면 제니 조지프의 시 <경고>를 찾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굉장히 재밌다.

SMSM, <경고>, 2019

벽화로 제시된 치매 예방 퀴즈를 직접 풀고 정답을 확인하고 싶으면, 보라색 상의와 빨간 모자를 걸친 퍼포머를 찾아 정답을 물어 보면 된다. 단 퍼포머는 정해진 요일과 시간에만 찾을 수 있다.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전시장을 배회한다고 한다.

SMSM, <경고>, 2019

일상의실천(권준호, 김경철, 김어진)의 <골든 실버 타운>(2019)이다.

노인 대상의 부동산 및 마케팅 전략이 넘쳐 나는 미래의 풍경을 예측해 보는 작업이다.

일상의실천, <골든 실버 타운>, 2019

관객은 키오스크를 이용하여 실버타운을 구성하는 각종 시설을 선택하고 가상의 실버타운을 설계해 볼 수 있다. 단계별로 내가 원하는 시설, 구조, 주변 환경 등을 선택하니 그에 맞는 건축 조형 요소들이 전시장 벽에 바로 조합되어 나타났다. 각자가 꿈꾸는 이상적인 실버타운이자 자본주의 사회가 노인을 소비하는 방식을 예시로 보여주는 것이라 한다.

일상의실천, <골든 실버 타운>, 2019/ 관람자가 키오스크를 이용하여 각종 시설을 선택하고 가상의 실버타운을 설계해 볼 수 있다. 다 완성하면 견적서 영수증도 출력된다.

아래의 작업은 섹션 2와 3 전시실 사이에 설치되어 있는 '프로젝트 21g 언박싱'이다.(참여 작가 이모조모 도모소)

'준비하는 죽음', 애도와 상실, 소유에 관한 주제로 20-50대 청장년층 참여 관객이 개별의 삶을 성찰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매개하는 프로젝트이다.

병상에 누워계신 할머니께서 자주 부르시던 노래의 한 구절


'프로젝트 21g 언박싱' 진행 일자 및 시간

9.6(금), 9.7(토), 9.20(금), 9.21(토) 오후 2시-4시/

10.4(금) 오후 2시-8시


이 외 다양한 퍼블릭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홈페이지에 들어가 자세히 살펴보면 좋을 것 같다.

 

1층에서 열리고 있는 ≪안은미래≫ 전을 보러 왔다가 우연히 보게 된 ≪에이징 월드≫.

(무용가이자 안무가인 안은미의 30년에 걸친 창작활동을 보여주는 서울시립미술관 전시 ≪안은미래≫전이 궁금하다면-> https://artsquare.tistory.com/54)

 

안은미래 known future- 서울시립미술관

몸짓이라곤 손뼉 치는 것 밖에 할 줄 모르는 나는 예전부터 몸을 움직여서 표현하는 무용가들에게 늘 동경심 같은 게 있었다. 무용가 안은미의 전시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다고 했을 때 빨리 보러 가고 싶었..

artsquare.tistory.com

최근 몇 년 사이 '나이를 먹어 간다는 것이 이런 거구나'를 느낀 나로서는 와 닿는 부분이 많았다. 주변에 소중한 사람들이 아프기 시작하고, 그 병으로 인해 달라지기 시작한다. 그 병 때문에 전에 받지 못했던 시선을 받게 되고 그 시선이 불편하여 자꾸 위축되는 모습을 볼 때 마음이 서글펐고 편치 않았다. 나이보다 젊게 사는 것이 미덕이고 능력이 된 시대에 그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여겼던 생각과 마음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전시였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