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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이렇게 멋진 날- 리처드 잭슨 글, 이수지 그림

그래나무 2019. 7. 22. 00:01

권장 연령: 4세~

리처드 잭슨이 쓰고, 이수지가 그린 <이렇게 멋진 날>이다.

<이렇게 멋진 날>

 

표지를 보니 하늘엔 먹구름이 잔뜩 껴 있고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다. 화창하지도, 푸르지도 않은 어두컴컴한 하늘이 우울하기만 한데 제목은 '이렇게 멋진 날'이라니 앞으로 어떤 내용이 펼쳐질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굳게 닫힌 창밖으로 비가 내리고 있다. 아이들은 집에서 가지고 놀 수 있는 것들은 다 논 것 같다. 점점 지루해지려는 순간 남자아이가 오디오의 주파수를 맞추어 음악을 튼다. 세 명의 아이들은 음악의 리듬에 맞춰 뱅글뱅글 돌았다가, 넓게 한 바퀴 빙 그르르르 돌면서 신나게 춤을 춘다. 그리고 그 흥을 계속 이어나가면서 닫힌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우리는 첨벙첨벙 뛰고 룰루랄라 큰소리로 노래해.

 

비 오는 날, 땅은 그 자체로 아이들에게 놀이터가 된다. 어른들은 빗물이 옷에 튀는게 싫어 웅덩이를 피해 조심조심 걷지만, 아이들은 다르다. 아이들은 그 웅덩이에 기꺼이 몸을 맡기며 신나게 뛰어본다. 이수지 작가의 <파도야 놀자>(2009)에서도 이미 경험했지만 작가는 살아있는 듯한 물 표현을 정말 잘하는 것 같다. 흑백의 배경에 살며시 연두빛이 스며들고 푸른 빛깔의 생동감 넘치는 빗물은 지금부터 신나는 놀이가 시작된다는 것을 알리는 것 같다. 고인 웅덩이 위를 거리낌 없이 첨벙첨벙 뛰며 자유를 만끽하는 아이들의 표정이 너무나 즐겁다. 

 

이렇게 멋진날···우리 같이 놀러 갈래?

 

밖으로 나가 모두가 들리도록 '친구야~'외친다. 집에 있던 친구들도 하나 둘 모이고 비가 멈추자 하늘 위로 우산을 날린다. 비가 와도, 비가 멈춰도 똑같이 멋진 날, 친구들과 같이 놀러 간다. 숨고 찾기를 반복하며 숨바꼭질도 하고, 빛나는 햇살 속에서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풀밭 언덕에서 미끄럼도 탄다. 놀이는 계속 이어진다. 나무를 타는 아이들의 환한 표정에서 빛이 난다. 

짝짝짝! 손바닥을 마주쳐. 우리는 이렇게 반짝반짝 빛나!

 

나무를 타고 노는 아이들의 그 모습이 정말 행복해 보인다. 아이들은 놀이에 빠져 있을때 가장 빛이 난다. 어떤 목적도 어떤 강제성도 없는 놀이는 우리 아이들이 유년 시절 누려야 할 권리이다. 빗물이 몸에 닿는 감촉, 풀밭에 미끄러질 때 맡는 냄새, 나무를 타면서 느끼는 단단하고 까칠까칠한 질감은 아이들의 감각을 깨어나게 하고 그 순간 느낀 감정과 결합되어 새로운 정보로 다시 저장되며 경험치가 확장된다. 특별한 목적과 성과가 있지 않아도 즐겁고 만족스러울 수 있다는 경험은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끼게 해 주고 그 믿음이 어린 시절부터 차곡차곡 쌓여 앞으로 다가올 수 있는 힘겨운 시간을 이겨낸다. 

맛있는 간식 시간! 랄랄라 냠냠 룰룰루 꺼억~ 랄랄라 룰루 신난다. 모두 그렇지? 오늘은 정말 날씨가 좋아.

 

비가 와도, 흐려도, 비가 오지 않아도, 화창해도 아이들에게는 다 '이렇게 멋진 날'이다. 생각해 보면 이래서 별로고 저래서 별로면 괜찮은 날이 몇일이나 될까? 어떤 방송에서 우연히 보게 된 정신과 의사의 말이 떠오른다. 우리가 타고난 성향이 모두 낙천적일 수는 없다. 그러나 낙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매사에 낙천적인 사람보다 스트레스도 받고 불안도 있는 사람이지만 그 현상에 대해 낙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오히려 삶을 더 풍요롭게 영위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비바람이 몰아치거나, 푹푹 찌는 더위 속에서 우리는 마냥 좋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그것도 좀 이상한 일이다. 그러나 내 앞에 다가온 현상을 직시하고 그 안에서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대응할 수 있을 때 삶이 유연해지고 반짝일 수 있다. 검은 먹구름이 몰려오고 비바람이 쏟아져도 멋진 날로 만들 수 있다면 빛나는 햇살과 산들바람이 부는 멋진 날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우리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서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먹구름이 몰려오든 폭우가 쏟아지든

다 멋진 날인 아이들,

오늘이 즐겁고 오늘이 전부인 모든 아이들에게

- 이수지

 

제목: 이렇게 멋진 날

작가: 리처드 잭슨 글, 이수지 그림

출판사: 비룡소

발매: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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