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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꿈은 뭐이가?- 박은정 글· 김진화 그림 본문

그림책

니 꿈은 뭐이가?- 박은정 글· 김진화 그림

그래나무 2020. 2. 21. 00:01

초등학교 5학년 교과서에도 수록되어 있는,

우리나라 최초 여성 비행사 권기옥의 이야기 <니 꿈은 뭐이가?>이다. 

박은정 글· 김진화 그림 <니 꿈은 뭐이가?>

 

<니 꿈은 뭐이가?>

"에잇! 또 딸이가? 아들이 아니고?"
아버지는 화가 난다고 나를 '갈례'라고 불렀어.
나는 아버지의 딸 둘째 딸 기옥인데.
'갈례'는 얼른 가라, 죽으라는 뜻이야.
사람들이 모두 다 아들만 좋아하니까
참말로 이상했어야.

 

아들만 귀하게 여귀던 시절, 기옥은 자신의 이름 대신 '얼른 가라, 죽으라는 뜻'의 '갈례'로 불리는, '참말로 이상한' 그런 시대에 태어났다.

아버지는 노름으로 어머니는 화병으로 부모 노릇 못하는 부모 밑에서 기옥은 어린 손으로 집안일도 하고, 공장에서 일해서 받은 쌀로 동생들을 먹이며 지냈다.

그러나 홀로 한글을 깨칠 정도로 똑똑한 기옥을 알아본 어느 목사님이 기옥을 학교에 공짜로 보내주시고, 아침밥 짓고 동생을 업어가며 학교에 다녔던 기옥은 "일등을 못 하면 분해서 잠이 안 왔어야."라고 말한다.

<니 꿈은 뭐이가?>

기옥이 열일곱 살 때 스미스란 미국 사람이 곡예비행을 하러 조선에 온다. 생전 처음 본 쇳덩이 괴물이 "이 산 위로 쑥, 저 하늘로 쌩" 솟구치고 돌아 나오는 모습에 홀린 듯 바라본 기옥은 바로 그날 밤 꿈이 생긴다.

<니 꿈은 뭐이가?>

바로 그날 밤, 잠을 못 잤지.
바로 그날 밤, 꿈이 생겼지.
'여자라고 못하겠어?
조선 사람이라고 왜 못하겠어?
얼른얼른 커서 꼭 비행사가 될 거야.'

니 꿈은 뭐이가?
나는 하늘을 훨훨 날고 싶었어야.

<니 꿈은 뭐이가?>

당시 조선은 일본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숭의 여학교 3학년에 편입한 기옥은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과 같이 조선의 독립을 소리 높여 외쳤다. 일본 경찰에게 잡혀 혹독한 고문을 당하기까지 한 기옥은 이후 경찰의 감시가 계속 심해지자 중국으로 떠나게 되고, 그 길 위에서 기옥은 다짐을 한다.

<니 꿈은 뭐이가?>

우리 땅에서 또 싸우다 잡히면 죽을 거야.
나는 가족을 떠나 중국으로 가는 배를 탔지.
깜깜한 밤바다, 빼앗긴 내 나라
이제 다시는 못 갈지 몰라.
못 가는 곳이 없던데, 저 비행기란 놈은······.
'그래! 진짜로 비행사가 되는 거야.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서 일본과 싸우는 거야!'

니 꿈은 뭐이가?
나는 하늘을 훨훨 날고 싶었어야.

 

권기옥은 어떻게 하늘을 비상할 수 있었을까? 꼭 직접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내 나라의 하늘에서 날고 싶었던, 독립운동가이자 우리나라 최초 여성 비행사인 권기옥의 일생을 다룬 이 그림책은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권기옥의 목소리로 흘러가는 이야기와 그림의 조화가 정말 훌륭하다. 꼭 전달해야 할 중요한 사건과 역사를 놓치지 않으면서 권기옥의 생각, 감정을 곁에서 지켜보는 느낌을 갖게 한다. 이것이 바로 문학의 힘이 아닌가 싶다. 페이지 마지막까지 다 읽어냈을 땐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갈례'라고 불리던 권기옥이 묻는다. 

보라, 니 꿈은 뭐이가?

 

제목: 니 꿈은 뭐이가?

작가: 박은정 글· 김진화 그림

출판사: 웅진주니어

발매일: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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