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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통 요정- 안녕달 글· 그림 본문

그림책

쓰레기통 요정- 안녕달 글· 그림

그래나무 2019. 11. 22. 00:01

추천 연령: 3세~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사랑하는 안녕달 작가의 최근작 <쓰레기통 요정>이다. 

 

안녕달 <쓰레기통 요정> 표지

우선 겉표지가 독특하다.

책을 감싸고 있는 쓰레기봉투처럼 생긴 반투명 트레싱지를 벗겨내면 귀여운 무지갯빛의 민머리 요정이 버려진 곰인형의 품에서 자고 있다.

다른 팔에서 곤히 잠들고 있는 녀석들도 눈에 들어온다.

 

안녕달 <쓰레기통 요정> 표지

어느 날 아침, 골목에서 쓰레기통 요정이 태어나고 쓰레기통 요정은 힘껏 외친다. 

 

안녕달 <쓰레기통 요정>

소원을 들어 드려요!

 

그러나 쓰레기를 버리러 온 사람들은 쓰레기통 요정을 보자마자 소스라치게 놀랄 뿐이다.

그나마 한 아저씨가 푸념하듯 소원을 말해보지만, 결과는 참담하기만 하다.

 

안녕달 <쓰레기통 요정>

잔뜩 풀이 죽은 쓰레기통 요정은 자신을 반겨 줄 누군가를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렸어요.

 

여전히 사람들에게 환영받지 못해 훌쩍거리고 있는 그때 어디선가 아이 울음소리가 들린다.

(쭈그리고 앉아 우는 요정의 모습이 애달프면서도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안녕달 <쓰레기통 요정>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은 쓰레기통 요정은 다시 한번 힘을 내서 울면서 "소원을 들어 드려요."하고 외쳐본다.

요정의 외침을 들은 아이는 훌쩍거리면서 엄마가 버린 것을 찾아달라고 한다.

엄마가 무얼 버린 걸까?

여기저기 뒤지던 요정은 마침내 아이가 그토록 찾던 곰인형을 찾아준다.

 

안녕달 <쓰레기통 요정>

환하게 웃던 아이의 모습을 떠올리며 다시 힘을 얻은 쓰레기통 요정은 또 누군가 오기를 기다린다.

이때 폐지를 모으고 있던 할아버지가 요정의 눈에 띄었다.

 

그때, 저 멀리서 다가오는 할아버지가 보였어요.

쓰레기통 요정은 큰 소리로 외쳤어요.

"소원을 들어 드려요!"

 

안녕달 <쓰레기통 요정>

할머니가 좋아할 만한 물건을 찾아달라는 할아버지의 요청에 쓰레기통의 이곳저곳을 뒤지던 요정은 마땅한 게 없자, 자기 얼굴에 쓰고 있던 보석 반지를 내어드린다.

그러고선, 버려진 캔 따개를 쓰며 해맑게 웃는다.

 

괜찮아요, 난 이거면 돼요.

 

캔 따개를 얼굴에 쓰다니...

아 너무 귀엽다.....

 

안녕달 <쓰레기통 요정>

 

쓰레기통 요정으로부터 선물로 받은 보석 반지를 품에 소중히 넣고 간 할아버지는 할머니에게 어떤 기쁨을 안겨줬을까?

그 아름다운 장면은 뒤에 이어진다.

 

이번 안녕달의 신작 <쓰레기통 요정>은 쓰레기통에도 요정이 살 수 있다는 전개가 신선하고 깜찍하다.

그리고 그 요정은 요정이라면 응당 지녀야 할 아름다운 머리칼과 날개 그리고 요술봉은 지니고 있지 않다.

누군가 뽑기에서 뽑고 마음에 들지 않아 쓰레기통에 버린 가짜 보석 반지만이 그의 얼굴을 둘러싸고 있을 뿐이다.

그마저도 할아버지께 드리고 이제는 캔 따개 구멍 속으로 얼굴을 쏙 넣었다.

 

우리는 호불호를 판단할 때 그것이 어디에서부터 왔는가로 기준을 세울 때가 많다.

그것이 깨끗하고 아름다운 곳에서 왔다면 호감이 가지만, 누구나 기피하는 더럽고 냄새나는 곳에서 생겨난 것이라면 눈살부터 찌푸리기 마련이다.

쓰레기통 요정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소원을 들어 드려요"라고 힘차게 외치는 쓰레기통 요정을 보고 질겁한다.

요정의 태생이 쓰레기통이기 때문이다.

 

희한하게 멀쩡한 물건도 버려지면 그 가치가 급격하게 하락한다.

머리카락도 내 머리에 달려 있음 소중한데,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은 빨리 집어 버려야 하는 썩 호감가지 않은 존재다.

맛있게 차려진 음식을 먹을 땐 그렇게 좋다가도, 남겨진 음식을 모아 버릴 땐 행여 손에 국물이라도 묻을까 호들갑이다. 

 

그럼 작가는 왜 쓰레기를 소재로 신작을 냈을까?

이번 그림책은 전작에 비해 다양한 의미를 전하고 있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하나를 추려낸다면, 보잘것없는 것에서도 누군가는 빛나는 가치를 발견한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하물며 쓰레기에서도 건져 올릴 수 있는 행복인데 혹시 지금 놓치고 있는 소중한 것은 없는지 둘러보고 발견하기를, 그리고 그것은 온전히 당신에게 달렸음을 말해주는 것 같다. 

 

<쓰레기통 요정>은 작가의 첫 콜라주 작업이다.

실제로 버려진 종이들을 모아 오리고 붙이고 그려서 완성했다고 한다.

버려진 것들도 작가의 손을 거치니 특유의 따스함과 유머가 묻어난다.

언제나 소외되고 작은 것들을 섬세하고 따뜻하게 그려낸 작가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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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쓰레기통 요정

작가: 안녕달

출판사: 책읽는곰

발매일: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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