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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의자- 베라 윌리엄스 글, 그림 본문

그림책

엄마의 의자- 베라 윌리엄스 글, 그림

그래나무 2019. 7. 16. 00:05

권장 연령: 유아~

베라 윌리엄스가 그리고 쓴 <엄마의 의자>이다.

소녀의 엄마는 블루 타일 식당에서 일을 한다. 그리고 소녀는 학교 수업이 끝나면, 가끔 엄마가 일하는 식당으로 가 식당 주인인 조세핀 아줌마에게 일거리를 받는다.

 

나는 소금통과 후춧가루 통을 씻고, 병에 케첩을 가득 채웁니다. 한 번은 양파 수프에 넣을 양파를 혼자서 다 깐 적도 있습니다. 일을 모두 마치면, 조세핀 아줌마는 "정말 수고했구나!" 하며 돈을 주시지요. 나는 언제나 그 돈의 절반을 유리병에 넣습니다.

 

아이가 학교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면 집에서 반갑게 맞이해 주는 엄마들도 있지만, 세상엔 집에서 맞아줄 수 없는 엄마들도 있다. 그리고 책상 앞에 앉아 공부를 하고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도 있지만, 매일은 아니지만 가끔 엄마의 일터에서 통을 씻기도 하고, 양파를 까기도 하는 등 허드레 일을 하며 엄마의 일을 돕는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

 

엄마는 어떤 때는 식당에서 기분이 좋아 돌아오십니다. 또 어떤 때는 너무 지쳐서 내가 돈을 세어 나란히 늘어놓는 동안 잠들어 버리는 적도 있습니다. 팁은 꽤 많은 날도 있고, 아주 조금밖에 없는 날도 있습니다. 팁은 적은 날이면 엄마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합니다. 아무튼, 매일 저녁 반짝이는 동전들은 하나도 남김없이 유리병 속으로 들어갑니다.

 

삶이란 늘 좋을 수만은 없다. 어떤 때는 기분이 좋아 흥얼거리기도 하고, 어떤 때는 입술조차 움직일 수 없다. 때로는 돈이 잘 벌리기도 하고, 벌지 못하기도 한다. 그래도 동전들은 꾸준히, 하나도 남김없이 유리병 속으로 들어간다. 하루에도 몇번씩 굴곡진 사건들을 견뎌야 할 때도 있고, 몇 년에 걸쳐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가운데 꾸준히 놓치지 않고 붙들고 가야 하는 것이 있다.

할머니는 토마토나 바나나 그 밖에 이런저런 것들을 싸게 살 때마다, 남은 돈을 모아 두었다가 병에 넣으십니다.

 

엄마와 딸과 할머니. 보통 교과서나 그림책에 등장하는 엄마, 아빠, 딸, 아들의 구성과는 다른 모습이다. 그렇다 그런 가정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신발을 바닥에 벗어 놓고 몸을 기울여 의자에 기대 앉은 엄마의 지친 모습이 굉장히 사실적이다. 상상과 허구를 통해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때 그 이야기가 끌고 가는 힘에 빠져들기도 한다. 동전은 왜 모으기 시작한걸까?

우리 집 바로 앞에 커다란 소방차 두 대가 서 있습니다. 우리 집에서 검은 연기가 펑펑 솟아오르고 있었어요. 지붕 위로는 불길이 하늘 높이 치솟았고요. 길 건너편에는 동네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 서 있었습니다. 엄마가 내 손을 꽉 움켜잡았어요. 우리는 헐레벌떡 뛰어갔습니다.

 

엄마와 소녀가 새 신발을 사서 집으로 돌아오던 길. 신발을 사서 기분이 좋고, 돌아오는 길에 핀 꽃도 예쁘고 모든 것이 좋았던 그때 모퉁이를 돌자 집에서 불길이 솟아오르는 것을 보게 된다. 어떤 불행은 정말 예고 없이 들이닥친다. 혹시 집안에 할머니가 있지는 않을까 확인하기 위해 달라가는 엄마와 소녀의 모습이 필사적이다. 다행히 할머니는 밖에 계셔 무사했지만 집 안은 새까맣게 다 타버려서 모든 살림살이들이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집 안에 있던 물건들은 죄다 타서 시꺼먼 숯덩이와 재가 되었습니다.

 

이웃 사람들이 가져다준 여러 가지 살림살이 덕분에 다시 시작할 수 있었고 이후로 몇 년이 지났지만,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엄마의 무거운 발을 편안히 올리고 앉을 쉴 수 있는 의자는 없다. 부엌의 의자는 하루 종일 서서 일하고 돌아온 엄마가 의지하기엔 너무나 딱딱했다. 화재로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고 먹고사는 것이 빠듯한 가족에게, 안락의자는 당장 벌고 있는 돈에서 떼어내 살 수 있는 물건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큰 유리병에 동전을 모으기 시작했다. 병이 동전으로 가득 차면, 피곤한 하루의 끝에서 잠시라도 의지하여 쉴 수 있는 의자를 사기 위해서 말이다.

이제 유리병은 내 힘으로는 들 수도 없을 만큼 무거워졌습니다. 샌디 이모부가 이십오 센트짜리 동전을 하나 주셨을 때도, 이모부가 나를 안아 올려야만 했습니다. 내가 동전을 병에 넣을 수 있게 말이에요.

 

아직 키가 작은 소녀가 동전을 넣으려면 유리병을 기울였어야 했는데, 이제는 동전이 가득 차서 기울일 수 없을 만큼 무거워졌다. 엄마가 식당을 쉬는 날, 엄마와 딸과 할머니는 모두 은행에 가서 십 달러짜리 지폐로 바꾼 다음 버스를 타고 시내로 의자를 사러 간다. 그 마음이 얼마나 벅찼을까. 바닥에 몇 개 굴러 다니던 동전이 큰 유리병에 가득 차자 우리 아이들의 마음도 기대감으로 가득 찼다고 한다.

마침내 우리는 가족 모두가 꿈꾸어 온 의자를 발견했습니다. 그 의자는 우리가 그동안 모은 돈으로 충분히 살 수 있었습니다.

 

어떤 의자를 골랐을까? 넉넉한 삶은 아니지만 이 가족은 새 신발을 사며 행복해하고, 주변의 꽃도 예쁘다 말할 만큼 힘든 가운데서도 기쁨의 순간을 볼 줄 알았던 것 같다. 불이 그 나머지마저도 삼켜버렸을 때  다시 삶을 묵묵히 이어나갈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 아니었을까. 

세웠던 목표를 하나씩 이루어 갈 때도 있고 전혀 생각지도 못 했던 곳에서 불행이 불쑥 찾아오기도 한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에 동전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삶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제목: 엄마의 의자

작가: 베라 윌리엄스

출판사: 시공주니어

발매: 199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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