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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나무의 미술광장
달 샤베트- 백희나 글,그림 본문
권장 연령: 유아~
백희나 작가가 쓰고 그린 <달 샤베트>이다.
<달 샤베트>는 아파트 창문을 꼭꼭 닫고 에어컨과 선풍기를 아무리 틀어보아도, 너무 더워 잠도 오지 않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더운 여름밤, 달이 녹아내리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모두들 창문을 꼭꼭 닫고, 에어컨을 쌩쌩, 선풍기를 씽씽 틀며 잠을 청하고 있었습니다.
백희나 작가는 모형을 만들어 사진을 찍는 작업으로 그림책을 만든다. 책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치밀한 구성과 섬세한 표현에 놀랄 때가 많다. 그리고, 만들고, 구도를 짜고, 각 요소들을 배치해 보며 공을 들이는 작가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상상해 본다. 베란다 창문 안으로 보이는 거실 풍경을 바라다보면 늑대 주민들의 모습이 너무 실감 나게 표현되어 있어 진짜 이웃집을 훔쳐보는 느낌이 든다.
창 밖을 내다보니, 커다란 달이 똑똑 녹아내리고 있었습니다. 부지런한 반장 할머니가 큰 고무 대야를 들고 뛰쳐나가 달방울들을 받았습니다.
내가 꼭 들어가 살고 있을 것 같은 사실적인 아파트 풍경 속에서 달이 녹아내린다. 모든 요소들이 상상들로만 덧붙여져 있는 것보다는 현실 안에 상상이 슬며시 비집고 들어올 때 더 몰입이 되는 것 같다. 현실에 바탕을 두고 있는 감정에 상상의 요소가 보태어지기 시작하면 그 상상의 세계에 자연스럽게 넘어가면서 마음과 생각을 더 활짝 열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기대감과 호기심으로 아이들의 눈이 반짝인다.
이걸로 무얼 할까? 할머니는 노오란 달 물을 샤베트 틀에 나누어 담고 냉동칸에 넣어두었습니다.
백희나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달 샤베트>에서 가장 중요한 테마가 '빛'이라고 언급했다. 전기 불빛, 샤베트의 빛 등이 중요한 요소였기 때문에 조명을 쓴 입체가 필요했다고 한다. 작가의 고민이 빛을 발한 걸까? 우리 아이들이 그 빛을 볼 때마다 정말 좋아한다. 달이 녹아내리는 장면과 녹아내린 달에서 새어 나오는 빛 때문에 수년간 계속 책장에서 꺼내 보는 그림책이 되었으니 말이다.
에어컨은 쌩쌩. 선풍기는 씽씽. 냉장고는 윙윙. 앗!
어느 순간 아파트는 정전이 되어 온 세상은 깜깜해진다. 늑대 주민들이 바깥으로 나와 헤매고 있을 때 반장 할머니 집에서 새어 나오는 밝고 노란빛을 발견하고 그곳으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어떻게 되었을까? 제목에서도 눈치챘겠지만 샤베트 틀에 담아 냉동칸에 넣어 두었던 달 샤베트를 꺼내어 나누어 먹는다. 달 샤베트를 먹고 신기하게도 더위가 싹 달아나버린 그날 밤, 모두 창문을 활짝 열고 시원하고 달콤한 꿈을 꾸며 잠자리에 든다. 보통은 여기서 이야기가 마무리가 될 것 같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다. 작가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바로 여기서부터가 아닐까 생각한다. 요즘 우리 아이들에게 유년시절의 경험은 대부분 아파트에서의 삶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것들이다. 물론 다는 아니겠지만 내가 살지는 않더라도 걸어 다니면 보이는 것이 아파트이다. 베란다 창을 통해 새어 나오는 불빛. 그리고 그 옆집에서도, 또 바로 옆집, 윗집, 아랫집에서 거의 비슷한 빛들이 새어 나오고 수직으로 올라가 있는 그 건물에 빽빽하게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다. 그리고 비슷한 위치에 놓여 있는 에어컨, 선풍기, 냉장고 등이 쌩쌩, 씽씽, 윙윙 돌아간다. 숨 막힐 정도로 더운 여름날, 집약적으로 열을 뿜어내는 아파트의 열기를 우리는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래서 아파트의 풍경 사이로 녹아내리는 달은 시각적인 것을 넘어서 촉각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그 달이 꽁꽁 얼은 샤베트가 되어 온 몸 구석구석 퍼질 때 느끼는 시원함을 독자들도 같이 느낀다. 녹아내린 달은 어떻게 다시 하늘로 돌아갈 수 있을지 아직 그림책을 보지 못했다면 기대해도 좋다. 그 과정이 참으로 아름답기 때문이다.
현실에서의 답답함을 상상의 힘으로 시원하게 풀어주는 백희나의 달 샤베트. 특히 여름날에 추천한다.
제목: 달 샤베트
작가: 백희나
출판사: 책읽는곰
발매: 2014년 5월
<달 샤베트>의 초판은 백희나 작가의 일인 출판으로 2010년에 처음 나오게 되었다. 이후 책읽는곰 출판사에서 2014년부터 발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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