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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나무의 미술광장
결국 사랑 '100만 번 산 고양이'- 사노 요코 글· 그림 본문
추천 연령: 7세~
작가 사노 요코가 쓰고 그린 <100만 번 산 고양이>이다.
백만 번이나 죽고 백만 번이나 살았던 멋진 얼룩 고양이가 있다. 백만 명의 사람이 그 고양이를 귀여워했고, 고양이가 죽었을 때 울었지만, 이 얼룩 고양이는 단 한 번도 울지 않았다.
한때 고양이는 뱃사공의 고양이였는데, 고양이는 바다가 싫었고, 헤엄칠 줄도 몰랐다. 결국 고양이는 배에서 떨어져 죽고 뱃사공은 고양이를 안고 소리 내어 엉엉 울었다고 한다.
또한 한 때 고양이는 도둑의 고양이였는데, 고양이는 도둑을 아주 싫어했다. 도둑은 개가 고양이를 보고 짖는 동안 물건을 훔치기 위해 개가 있는 집에만 도둑질을 하러 다녔다.
어느 날 고양이는 개에게 물려 죽고, 도둑은 고양이를 안고 엉엉 울었다.
임금님, 뱃사공, 서커스단 마술사, 도둑, 홀로 사는 할머니, 어린 여자 아이 등 누군가의 소중한 존재였고 넘치는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고양이게는 별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으며 죽는 것 따위도 그에겐 아무런 일이 아니었다.
누구의 고양이가 아닌 도둑고양이가 되었을 때 처음으로 자기만의 고양이가 되었고, 그런 그 자신이 무척 좋았다. 그는 멋진 얼룩무늬 고양이었기에 암고양이들의 관심을 듬뿍 받았다. 모두들 그의 신부가 되고 싶어서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했지만 고양이는 퉁명스럽게 말한다.
"나는 백만 번이나 죽어 봤다고. 새삼스럽게 이런 게 다 뭐야!"
고양이는 그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좋아했던 것이죠.
그런 그에게, 자신을 본 척도 하지 않는 새하얗고 예쁜 고양이가 나타난다. 하얀 고양이 곁에 다가가 자신이 백만 번이나 죽어 본 고양이라고 뻐겨보지만, 하얀 고양이는 시큰둥할 뿐이다.
어느 날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 앞에서 빙그르르, 공중 돌기를 세 번 하고서 말했습니다.
"나 서커스단에 있었던 적도 있다고"
······
"난 백만 번이나······."
하고 말을 꺼냈다가 고양이는
"네 곁에 있어도 괜찮겠니?"
그 어느 누구에게도 관심을 준 적이 없던 백만 번이나 산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 곁에 늘 붙어 있었고, 하얀 고양이는 귀여운 새끼 고양이도 많이 낳았다. 더 이상 "난, 백만 번이나······."라는 말을 절대 꺼내지 않은 얼룩무늬 고양이는 자기 자신보다 하얀 고양이와 새끼 고양이를 더 좋아했다.
어느 날 하얀 고양이가 움직이지 않자, 백만 번 살고 백만 번 죽으면서도 단 한번도 울어본 적이 없던 그는 처음으로 운다. 밤이 되고 아침이 되도록, 백만 번이나. 그리고 그 역시 하얀 고양이 곁에서 숨을 거둔다.
그러고는 두 번 다시 되살아나지 않았습니다.
어릴 땐 사랑이 온통 관심사였다가, 또 좀 지나니 왠지 그건 촌스러운 듯싶다가도, 나이를 먹어가며 이런저런 온갖 일들을 겪다 보면 '결국 사랑인 건가...' 로 귀결되는 것 같다. 물론 그 사랑은 매 순간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지만 말이다.
'사랑'에 대한 주제를 다룬 그림책을 읽다 보면 사실 비슷한 내용의 전개를 접하게 되는데, 사노 요코가 펼쳐내는 이야기는 참으로 신선하다. 100만 번 죽고 산다는 고양이가 등장하여 무의미하게 살다가 단 한 번의 사랑이 "난, 백만 번이나······."라는 무한대의 영원할 것 같은 숫자를 보잘것없는 것으로 만들었다. 사랑은 이렇고, 저렇다 식의 묘사가 아닌, 100만 번씩이나 살면서 단 한 번도 울어본 적 없는 고양이가 한 번의 사랑을 만나 백만 번이나 운 다음 '두 번 다시 되살아나지 않는다'라는 결론에서 우리는 사랑의 모든 것을 본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제목: 100만 번 산 고양이
작가: 사노 요코
출판사: 비룡소
발매일: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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