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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성이- 황선미 글· 김용철 그림 본문

그림책

칠성이- 황선미 글· 김용철 그림

그래나무 2020. 1. 10. 00:01

추천 연령: 8세~ 성인

<마당을 나온 암탉>(2002)의 작가 황선미가 쓴 <칠성이>이다. 황선미 작가가 글을 쓰고 김용철 작가가 그렸다.

황선미, <칠성이> 표지

'칠성이'는 4년 전 황 영감에 의해 발견되어 도축장에서 살아 나온 소다. 당시 도축장에는 소들의 울음소리와 죽음의 공포가 가득 차 있었고 그곳에 갓 두 살 된 겁에 질린 칡소도 있었다. 눈이 크고 선명하며 좋은 옥 뿔을 가졌고, 잘 뻗은 짧은 다리를 가진 이 칡소는 황영감의 눈에 띄었다. 

황영감은 이렇게 말하며 소를 끌고 도축장을 떠난다.

"아까운 토종을 이렇게 보낼 순 없지!"

그렇게 칡소는 목숨을 부지했고 칠성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황 영감의 싸움소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

"너는 이제부터 내가 지켜 주마. 소의 천수를 누리게 할 것이다. 너는 바로 나다!"

칡소? 칡소가 뭐지? 처음 들어보는 이름에 대한 궁금증은 책을 읽다 보면 해소가 된다. 호랑이 무늬를 가진 소라 하여 '호반우'라고도 불리는 한우 품종으로 현재 우리나라에는 몇 남지 않은 토종 얼룩소이다.

한 몸처럼 붙어 지낸 황 영감과 칠성이는 드디어 첫 출전을 하고 계속해서 승리를 거머쥔 칠성이는 모래판에서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비싼 값에 사려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그러나 칠성이는 황 영감 자신이자 식구였다.

가을빛이 아름다운 어느 날, 하반기 소싸움이 시작되고, 황영감은 예감이 좋지 않다. 칠성이가 태백산과 맞붙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태백산은 황 영감의 가족과 다름없었던 범소를 잃게 만든 소였다. 범소는 늘 황 영감의 가슴속에 있는, 천수를 누리도록 곁에 두고 싶었던 가족과 다름없었던, 그리고 자신과 같았던 소였다.

칠성이와 황 영감의 이야기는 어떻게 전개될까? 이후의 이야기는 <칠성이>의 책장을 직접 넘겨보며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면 좋을 것 같다.

이 그림책을 읽다 보면 마치 내가 도축장에 있는 것 같고, 소싸움장에 있는 것 같다. 내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현장감을 생생하게 살린 작가의 능력이 감탄스럽다.

도축장에서의 죽음의 공포를 기억하고 있는 칡소 칠성이와 자신과 같았던 범소를 가슴에 묻고 있는 황 영감의 만남을 통해 작가는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 모습을 이야기한다. 누구나 극복해야 할 상황들을 맞닥뜨리고,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우리의 삶을 말이다.

<칠성이>에서는 공포, 두려움, 애환, 상실, 비탄, 미련, 고집, 자신감, 환희, 희열 등 삶 속에서 묻어 나오는 온갖 감정들을 다 느낄 수 있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보편적 감성들을 끄집어내는데, 삶의 결론을 내리는 것이 아닌 삶을 바라보게 하는 책이다.

제목: 칠성이

작가: 황선미 글· 김용철 그림

출판사: 사계절

발매일: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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