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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라 크루거 Forever- 아모레퍼시픽미술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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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라 크루거 Forever- 아모레퍼시픽미술관

그래나무 2019. 7. 20. 00:01

전시명: 바바라 크루거 Forever

장소: 아모레퍼시픽 미술관(APMA)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100, 4호선 신용산역 1번 출구에서 지하 연결통로를 통하여 아모레퍼시픽 사옥으로 진입

전시기간: 2019. 6. 27(목)~ 2019.12.29(일)

관람시간: 화~일 10:00 AM~6:00 PM

휴관일: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 추석 연휴

관람료: 13,000원- 성인

9,000원- 학생(만 7~18세), 만 65세 이상, 학예사 자격 취득자

7,000원- 어린이(만 3~6세), 국가유공자, 장애인(보호자 1명 포함)

무료- 아모레퍼시픽 임직원, ICOM 카드 소지자, 36개월 미만

주차:  평일/ 기본 30분 무료+ 90분 주차권 증정(총 2시간)

주말/ 기본 30분 무료+ 180분 주차권 증정(총 3시간 30분)

 

아모레퍼시픽 본사

용산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바바라 크루거(Barbara Kruger)아시아 최초 개인전이 열렸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위해 총 6개의 대규모 전시실을 크루거의 작품으로 채웠다. 74세의 세계적인 아티스트 바바라 크루거의 40년간의 작업을 총체적으로 만나볼 수 있는 자리이다. 총 44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남녀의 성 역할, 권력관계, 현대 소비사회 등을 사진과 텍스트를 사용하여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크루거의 작업을 만나러 가보자. 책에서만 보던 바바라 크루거의 전시를 직접 볼 수 있다니! 설렌다.

아모레퍼시픽 본사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본사 건물 내부에 있다. 4호선 신용산역 1번 출구에서 지하 연결통로로 오면 아모레퍼시픽 사옥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다. 2017년에 새롭게 지어진 사옥이라서 그런지 연결 통로인 지하 아케이드부터 본사 내부까지 반짝거리는 느낌이다. 로비로 들어서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높은 천정에 설치되어 움직이고 있는 시계이다. 회전하면서 계속 빙빙 돌아가는데 역동적으로 느껴졌다. 

아모레퍼시픽 본사 1층 오설록 카페

아모레퍼시픽 본사의 로비는 앉을 공간도 많이 있고 2층, 3층까지 오픈되어 있어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는 느낌이다. 무엇이든지 자연스럽게 흐를 수 있는 공간 설계가 참 중요한 것 같다. 1층에 오설록 카페도 눈에 들어온다.

아모레퍼시픽 본사
아모레퍼시픽 본사

검정 바탕에 흰 글씨가 보이는가! 그렇다면 저기가 미술관으로 들어가는 입구이다.

 <PLENTY SHOULD BE ENOUGH>(2019)
<충분하면만족하라>(2019)/ 이번 전시를 위해 처음으로 공개되는 한글 작품.

작가는 아시아 최초 개인전 ≪바바라 크루거: 포에버≫ 전시를 위해 우리가 미술관으로 들어올 때 마주했던 로비 외벽에 <PLENTY SHOULD BE ENOUGH>(2019)와 안쪽 유리벽에 이 영어 문구의 한글 버전인 <충분하면만족하라>(2019)를 제작하였다. 크루거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한글 작업으로, 이 작품과 전시장 내부에서 보게 될 <제발웃어제발울어>(2019) 이렇게 두 점이 한글로 제작되었다. 기존에도 크루거는 자신이 전시를 하는 국가의 언어로 신작을 선보였었다고 한다.

 

높이 6m의 거대한 사이즈의 글자를 읽으려면 한자리에서는 거의 불가능하고 왔다 갔다 몸을 움직여야 한다. 이는 정적인 '읽기'의 행위를 몸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한 능동적 경험으로 확대시키려는 작가의 의도이다. 그림 이미지가 아닌 문자가 단독으로 크게 설치되었을 때 우리는 기존의 문자를 볼 때와는 다른 낯섦을 느끼고 더 강한 인상을 받는다.

평소 크루거는 소비만능주의를 비판해 온 작업들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나는 쇼핑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I SHOP THEREFORE I AM)"라는 문구를 자신의 작품에 반복적으로 사용해 왔는데 이 작업 역시 같은 맥락에서 바라보면 이해가 더 잘된다. 

'충분하면만족하라'의 짧고 명료한 텍스트는 그 어떤 구구절절한 수식어가 붙은 긴 문단보다 더 큰 설득력을 가진다. '충분하면만족하라'를 읽는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각각 다른 생각들이 떠오를 것이다. 물질적인 소비의 행태일 수도 있고 정신적으로 불필요하게 몰두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다른 사람들은 이 글 앞에 서 있는 순간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올랐는지 궁금하다. 직접 보면 압도당하는 기분이다.

 

'PLENTY SHOULD BE ENOUGH' 텍스트 옆 문을 열고 들어오면 매표소가 있다.

뷰티포인트 사용 설명과 전시 설명 앺 다운 받는 방법

뷰티포인트 회원이라면 뷰티포인트로 입장권 및 아트상품 결제가 가능하다고 쓰여 있다. 

'APMA GUIDE' 앱을 핸드폰에 다운로드하고 와이파이를 연결한 다음 인증번호를 입력하면 전시 작품에 대한 이미지와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별도의 도슨트 설명이 없기 때문에 꼭 다운로드하여 이용해 보길!! 보기에도 편하고 전시를 관람하고 이해하는데 훨씬 좋았다. 직원에게 문의하면 친절하게 알려 주신다. 인증번호는 입장권에 적혀 있다.

 

전시 입장료 안내 및 편의시설 설명

유모차, 휠체어도 매표소 옆에 준비되어 있어 필요하다면 사용할 수 있다. 깨끗하게 관리가 잘 되어 있는 것 같아 필요한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

바바라 크루거 전시 리플렛과 입장권

매표소와 같은 1층엔 아트샵이 있고, 전시장은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 된다. 아트샵은 전시를 보고 올라와서 찬찬히 봐야지 하고 내려가려는 순간 벽에 작품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크루거의 최근작 <무제(최신 버전의 진실)>(2018)이다. 

 

전시 관련 상품이 진열되어 있는 아트샵. 벽에는 크루거의 최근작 <무제(최신 버전의 진실)>(2018)이 걸려 있다.

이제 전시실로 내려가 보자.

전시실 가는 길
<Shame It, Blame It>(2010)

 

나도 모르게 내 눈 주위에 온갖 신경이 집중되면서 눈을 깜빡거리게 된다. <Shame It, Blame It>(2010)은 크루거의 모든 작품을 아우르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전시를 다 보고 나오면 첫 작품에 대한 인상이 더 또렷해질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큰 규모의 작품이 저 문 안으로 펼쳐진다.

<Untitled(Forever)>(2017)

<Untitled(Forever)>(2017)이다.

이 작업은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을 위해 특별히 다시 디자인한 미술관의 소장품이자 이번 전시의 대표작이라고 한다. 미술관의 가장 큰 전시실 내부를 흑백의 텍스트로 가득 채운 이 공간은 들어서자마자 압도당한다. 

만약 영어 텍스트가 아니라 한글이었다면 나에게 다가오는 그 메시지가 더 강렬했을 것이다. 아무래도 우리는 영어를 보자마자 그 자체를 바로 텍스트로 인지하는 것이 아니라 한번 뇌에서 해석의 과정을 거쳐야 하고 그 전에는 이미지처럼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자로 가득 메워져 있는 방을 거닐면서 느끼는 강렬함은 굉장히 크고 점차 문자가 익숙해지면서 천천히 다가오는 의미들을 곱씹을 수 있게 된다. 이 공간에 바로 들어섰을 때의 첫인상과 방 안을 거닐면서 받는 인상이 조금씩 변화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Untitled(Forever)>(2017)

'충분하면만족하라' 작품과 마찬가지로  이 방에서도 계속 걸어 다녀야 텍스트의 의미를 읽을 수 있다. 그냥 가만히 앉아서 글을 읽는 것과 거니면서 문자를 보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이었다. 높이 5.7m, 한 면의 길이가 약 30m, 20m에 달하는 이 전시실 안을 돌아다니다 보면 다양한 질문과 생각들이 떠오른다.

<Untitled(Forever)>(2017)

책의 한 부분을 타원형의 볼록한 거울로 비춘 것 같은 형태에는 'YOU''당신'이라는 글자가 크게 눈에 띄고 그 밑으로 문장이 이어져 있다. 작가가 버지니아 울프의 에세이 <자기만의 방>에서 인용한 글로 "지난 수 세기 동안 여성은 남성의 모습을 원래보다 두 배로 확대해 비춰주는 마력을 가진 거울 같은 역할을 해왔다는 것을 당신은 알고 있다"는 문장이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은 1929년에 출판된 책이다. 1929년의 이 글귀가 2019년 현재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는 관람자들마다 다를 것이다. 그리고 이 글귀를 읽고 드는 다양한 생각들이 지금 현재 우리 사회가 어디에 서 있는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여기서 'YOU' '당신'은 여성과 남성이라는 젠더의 문제에만 고정된 것이 아니라 사회의 다양한 권력관계 안에서도 충분히 논의될 수 있는 텍스트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Untitled(Forever)>(2017)

바닥에 적혀 있는 텍스트는 조이 오웰의 소설 <1984>에서 인용한 문장이다.

"만약 당신이 미래의 그림을 원한다면, 인간의 얼굴을 영원히 짓밟는 군화를 상상하라"

<Untitled(Forever)>(2017)

 

<제발웃어제발울어>(2019)/<충분하면만족하라>와 함께 이번 전시를 위해 처음으로 공개되는 한글 작품.

작가가 이번 전시를 위해 제안한 두 번째 한글 신작 '제발웃어제발울어'(2019)이다. 작가가 구상한 'Please laugh Please cry'를 한글로 번역하여 디자인한 작품이다. 관람자들에게 이 글귀를 보고 각자 어떤 생각이 떠올랐는지 조사하면 정말 다양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너무나도 궁금하다.

 

아래는 현재의 바바라 크루거를 만든 'Paste up'시리즈이다. 1981-1989년에 제작된 작품들로 총 16점이다.

'Paste up' 시리즈

 

'Paste up' 시리즈
<Are We Having Fun Yet?>(1987)

크루거는 10여 년 동안 잡지사 디자이너로 일한 경력이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그녀의 작품 스타일인 흑백 이미지, 붉은 프레임, 강렬한 텍스트의 결합은 바로 광고 기법을 활용한 것이다. 옛날 낡은 잡지, 헌책, 사진 도감 등에서 이미지를 찾아 흑백으로 변환시키고 오려 붙인 다음, 그 위에 함축적인 텍스트를 겹쳐 놓는 방식으로 제작하였다. 

 < 당신의 시선이 내 뺨을 때린다(Your gaze hits the side of my face)>(1981)

미술사 책에도 자주 등장하는 <당신의 시선이 내 뺨을 때린다(Your gaze hits the side of my face)>(1981)이다.

시선의 폭력성을 지적하는 작품으로, 응시하는 행위자와 응시의 수동적 대상 간의 권력관계를 생각하게 한다.

 

<Your body is a battle ground>(1989)

역시 책이나 글에서 많이 등장하는 <당신의 몸은 전쟁터다(Your body is a battle ground)>(1989)이다. 1989년 미국의 낙태법 관련 시위가 있었을 때 '당신의 몸은 전쟁터다(Your body is a battle ground)'라는 문구를 새긴 포스터를 직접 만들어 새벽에 도시 곳곳에 붙였다고 한다.

<Face It>(2007)
<Face It>(2007) 세부 확대/ '이 값비싼 옷은 당신을 부유하거나 아름답게 만들어주지 않는다'라고 쓰여 있다.

<Face It>(2007) 재킷 안감에 붙은 레이블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네 작품에는 각각 다른 내용이 쓰여 있다. 제일 왼쪽부터 '이 값비싼 옷은 당신을 부유하거나 아름답게 만들어주지 않는다', '이 훌륭한 의상은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사람이 아님을 말해준다', '이 멋진 외투는 터무니없게 비싸다', '이 옷은 당신을 최소 20년은 젊게 보이게 한다'라고 쓰여 있다.

<Good buy>(2012)

 <Face It> 시리즈 맞은편에 <Good Buy>(2012) 작품이 걸려 있다. 작별 인사 'Good Bye'에서 철자를 바꾸어 싸게 잘 샀다는 뜻의 'Good Buy'로 표현하였다. 두 작품 다 대중매체와 광고가 만들어내는 현대 소비주의 시대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 시각을 읽을 수 있다. 

 

<Project for Dazed and Confused>(1996/2015)

 

 

80년대 흑백 작품, 1981-1987/ 이미지와 텍스트가 어울리기도 하고 반대로 상충되기도 하면서 메시지가 효과적으로 전달된다.

대단히 흥미로웠던 영상 설치 작업 <The Globe Shrinks>(2010)전시실 방 내부 네 개의 벽면을 다 사용한 4 채널 작업이다. 4개의 벽면에 영상들이 켜졌다 꺼졌다 하는데, 앞에 있는 영상만 보는 것이 아니라 양 옆, 뒤에서도 수시로 영상이 틀어지기 때문에 마치 내가 그 현장에 와 있는 느낌이 든다. 영상 이미지 사이로 텍스트도 잠깐 나타났다 사라진다.

<The Globe Shrinks>(2010)
<The Globe Shrinks>(2010)
<The Globe Shrinks>(2010)

뒤의 영상에서 선풍기가 틀어지면 앞의 영상의 여성의 머리카락도 날린다. 순간 진짜 뒤에서 바람이 부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이미지와 사운드가 4개의 벽면에서 동시에 연결되고 교차되는 과정이 상당히 재밌다. 

<The Globe Shrinks>(2010)
<The Globe Shrinks>(2010)

아카이브룸도 마련되어 있다. 작가의 인터뷰 영상과 잡지, 신문, 광고판, 포스터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대중과 활발히 소통해 온 크루거의 작업세계를 엿볼 수 있다. 미술은 결국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작가를 이해하면 그 작품세계도 훨씬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아카이브룸에 설치된 작가의 목소리가 담긴 인터뷰 영상을 꼭 보도록 추천한다.

 

아카이브룸
작가 인터뷰 영상 일부/ "나는 '아티스트'가 되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오랫동안 고민했다" 
아카이브룸
아카이브룸

 

전시실 한편에 있는 라커룸과 코트룸.

락커룸과 코트룸

전시를 다 봤다. 아트샵 상품 구경을 빼놓을 수 없다.

 

바바라 크루거 전시 아트샵 굿즈/티셔츠 30,000원
바바라 크루거 전시 아트샵 굿즈/마스킹 테이프 6,000원, 박스테이프 9,000원, 전시 포스터 9,000원
바바라 크루거 전시 아트샵 굿즈/스티커 세트 6,000원, PVC파우치 8,000원, 엽서 2,000원

 

바바라 크루거 전시 아트샵 굿즈/에코백 20,000원

아모레퍼시픽 본사에 온 김에 2층에 올라가서 한번 휙 둘러보았다.

아모레퍼시픽의 모든 화장품이 있는 아모레 스토어. 샘플도 사용해 보고 구입도 할 수 있다.
아모레 스토어

 

아모레퍼시픽 아카이브
카페 플로이

 

구경하다 너무 배고파서 본사 1층 에스컬레이터로 연결된 지하몰로 빠르게 이동.

바로 보이는 쌀국수 집 포포유로 들어가서 먹었다. 혼자 간 사람들도 편히 먹을 수 있는 1~2인용 테이블들이 꽤 있다.

아모레퍼시픽 본사 지하 포포유

 

<바바라 크루거: FOREVER>!

 

74세의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작품으로만 관람객을 만나고 싶다고 양해를 구하며 기자들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작가의 현재 모습이 궁금했던 나로서는 그녀의 사진과 이번 전시에 대한 구체적인 인터뷰가 있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작가의 바람대로 작품만으로도 작가의 생각을 충분히 읽을 수 있었다.

바바라 크루거의 개인전은 올해 12월 29일까지 진행된다. 올해에 꼭 봐야 할 전시 중 하나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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