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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잠자리 동화 <잘 자요, 달님>-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글/시공주니어

그래나무 2019. 8. 9. 00:01

권장 연령: 1세~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이 쓰고 클레먼트 허드가 그린 <잘 자요, 달님>이다.

<잘 자요, 달님> 표지

베드타임 스토리(bedtime story)로 유명한 <잘 자요, 달님>은 '아가야~ 잠드는 건 두려운 게 아니야. 걱정하지 마'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아이가 처음 태어났을 때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던 난제는 '왜 어린아이들은 재워줘야 자는 것인가'였다.

졸리고 피곤하면 그냥 눈 감고 자면 될 것을 왜 자장가를 불러줘야 하는지, 토닥토닥 두드리며 달래줘야 하는지, 잠에 최적화된 분위기를 조성해줘야 하는지 정말 의문이었다.(물론 머리만 대면 잔다는 순둥이들은 제외다.)

아기를 처음 낳아 키우며 잠이 부족한 엄마는 도대체 그것이 너무나 궁금할 따름이다.

<잘 자요, 달님> 본문

아기 고양이 두마리

벙어리 장갑 두 짝

조그만 장난감 집 하나

생쥐 한 마리

 

아이는 졸려서 눈을 반쯤 감고 비벼가며 분명 자고 싶다는 신호를 보내는데, 본인도 어찌할 수 없는 짜증만 낼뿐 쉽사리 잠에 들지 못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엄마는 책도 읽어보고 어른들의 말도 들어보면서 차츰 깨닫게 된다.

아기는 너무나 불완전한 상태로 태어난다는 것을.

 

아이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렵다.

심지어 신생아들은 자신의 팔의 움직임에 화들짝 놀라기도 한다. 내 몸에 붙어 있는 팔임에도 불구하고. 시력도 아직 온전치 못하고 몸을 어떻게 가누어야 하는지도 모르는 미숙한 상태인 데다가 자신의 몸을 완전한 통일된 것으로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온전히 누군가에게 의탁하지 않고서는 살 수 없는 연약한 상태, 그것이 어린아이 들이다. 그래서 아기 때 까꿍놀이를 통해 '엄마가 눈 앞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사라지는 게 아니야'를 반복적으로 알려주고 안심시켜 준다.

<잘 자요, 달님> 본문

빗 하나, 솔 하나, 옥수수죽 그릇 하나

"쉿" 나지막이 속삭이는 할머니

 

어린아이들이 졸려도 쉽사리 잠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이유는 아직은 너무나 연약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예측할 수 없는 낯선 상태에서 잠은 내가 전적으로 의지하는 엄마 혹은 아빠와의 단절이며 부모와의 단절은 곧 세상과의 단절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초록색과 붉은 계열의 보색 대비가 강렬한 전체적인 방의 모습과 사물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주는 흑백의 장이 번갈아 나오는 <잘 자요, 달님>은 이러한 아이들에게 익숙한 사물들을 하나하나 짚어주면서 '잘 자요'라고 반복적으로 읊어 준다. 엄마의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다 보면 어느새 잠드는 것이 더 이상 낯선 것이 아닌 익숙하고 편안함으로 다가오게 된다. 

<잘 자요, 달님> 본문

잘 자요, 초록 방

 

우선 초록의 물건들을 소개해준 다음 본격적으로 초록 방을 시작으로 달님, 그림 속 달을 뛰어넘는 암소, 스탠드, 빨간 풍선, 그림 속 작은 곰들, 의자들, 아기 고양이들, 벙어리 장갑, 시계, 양말, 작은 집, 생쥐, 빗, 솔, 옥수수죽, 할머니에게까지 인사를 건넨다.

<잘 자요, 달님> 본문

잘 자요, 아기 고양이들

잘 자요, 벙어리 장갑

 

처음 이 책을 접하여 아이에게 읽어주고 있었을 때 내 머릿속에 맴도는 의문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왜 하필 이 물건들에 이 배치였을까? 였다. 이런 의문을 품다가 영문판을 읽어보고 완전히 그 궁금증이 풀렸다. 라임(rhyme)을 맞춘 거였다.

 

예를 들어,

아기 고양이 두 마리, 벙어리 장갑 두 짝, 조그만 장난감 집 하나, 생쥐 한 마리

And two little kittens

And a pair of mittens

And a little toyhouse

And a young mouse

에서 kittensmittens, toyhousemouse 이런 식으로 운율을 맞춘 것이다.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라임이 반복되어 나오는데, 반복되는 운율에 맞춰 읽어주는 엄마의 목소리는 포근한 자장가처럼 들릴 것이다.

<잘 자요, 달님> 본문

잘 자요, 소리들

 

이 책은 별님들과 먼지에게까지 인사를 건넨 다음 마지막으로 소리들에게도 인사를 한다. 방 안의 불은 꺼지고 창 밖의 달과 별들이 빛난다.

 

원작의 운율을 느낄 수는 없는 게 조금은 안타깝지만 우리 주변의 익숙한 일상의 사물들에게 '잘 자요' 인사를 건네다 보면 아이는 어느새 마음이 편안해지고 잠들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될 것이다. 그리고 숨은 그림 찾기처럼 조금씩 바뀌어 있는 장면을 찾아보는 재미는 덤이다.

우리 아이가 유독 잠드는 것에 어려워한다면 늘 같은 시간에 꾸준히 이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은 어떨까?

 

제목: 잘 자요, 달님

작가: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글, 클레먼트 허드 그림

출판사: 시공주니어

발매: 1996년 1월(미국에서 첫 초판은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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