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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나무의 미술광장
그림책 '담'- 지경애 글· 그림 본문
추천 연령: 유아부터 볼 수 있지만, 어른들이 더 관심 가지는 그림책.
지경애 작가가 그리고 쓴 <담>이다. 2015년 제52회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 수상작인 <담>은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담벼락과 골목길에 대한 이야기이며 그곳을 자유롭게 뛰놀던 아이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처음에 표지를 보고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라고 말할 것 같은 술래 한 명만 보였는데, 그림들을 찬찬히 훑어보니 숨어있는 다른 아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술래 오른쪽 담 옆으로 머리카락과 치마가 살짝 보이는 아이, 그리고 문을 손으로 살짝 잡고 그 뒤에 숨은 아이.(발이 보이는가)
그리고 금방이라도 걸릴 것 같은 의자 뒤에 숨은 아이와 쌀 포대기를 뒤집어쓴 아이.
마지막으로 창 너머로 얼굴이 살짝 보이는 아이까지. 이 아이들에게 담이 있는 골목길은 숨바꼭질 놀이터이다.
또한,
담은, 내 손 꼬옥 잡아 주는 친구
담은, 속닥속닥 말놀이
그리고 새들의 지친 날개 쉬어 가는 쉼터이며,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의 등대라고 작가는 말한다.
아, 쌀 씻는 소리, 엄마다!
담은, 마당을 안고
신발을 안고,
요즘 아이들에게 골목길은 흔하게 접할 수 있는 풍경이 아니다. 그곳에서 친구들과 이리저리 뛰놀고, 담을 벗 삼아 집으로 돌아오실 엄마 아빠를 기다리는 정서도 잘 모를 것이다. 대신 우리 아이들은 현관문의 "삐삐삐.. 삐~ 드르륵" 소리의 디지털 도어락 소리에 반갑게 뛰어나갈 것이다.
그래서인가. 이 책은 어른들이 그림책을 펼쳤을 때 맞는 감정과 기대에 비해 아이들의 반응이 썩 대단치는 않다. '이런 곳이 있었다'라는 사실을 아는 어른들에게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책에 가깝다고나 할까? 심지어 나 조차도 이런 골목길은 TV에서 봤지 실제로 내가 뛰어놀던 공간은 아니다. 내가 적어도 기억하는 유년시절의 공간은 거의 줄곧 아파트 대단지였기 때문이다.
난 그 아파트 대단지의 곳곳을 뛰어다니며 놀았다. 3단지에 살았던 나는 1단지의 친구를 만나러 가기도 하고 4단지의 친구를 만나러 위쪽 높은 지대로 올라가기도 했다. 여하튼 1단지부터 4단지까지 종횡무진하며 정말이지 실컷 놀았던 기억이 있다. 그 아파트를 떠나온지도 정말 많은 세월이 흘렀고 현재 대규모 재건축이 시작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왠지 모를 서운함을 느꼈었더랬다.
결국 그것이 담이 있는 골목길이건, 아파트 대단지이건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 담에 기대어 친구들, 그리고 가족들과 온전히 놀이와 그리움으로 담는 것이 가능했던 그 시간을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도 모든 것을 안아 주었던 담에 담긴 그 시간을 돌려주자고 말이다.
제목: 담
작가: 지경애
출판사: 반달
발매일: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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